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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스타의 스타트랙] 동네 음악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는 일반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내 생애 첫 이사였다. 온 동네 사람들과 가족과 같은 끈끈함이 있던 고향을 떠나 이사를 한다는 것은 현관문을 열고 밟았던 마당 대신 엘리베이터를 밟아야 하는 낯섦 이상으로 가혹했다. 더 이상 할아버지, 동생과 같은 방을 쓰지 않아도 되었고, 연탄을 때던 전에 비해 훨씬 따뜻해진 난방에 모든 환경이 훌륭해졌지만,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새집으로 들어와 가구 정리도 채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밤, 라디오에서 동물원의 '혜화동'이 흘러나왔고, 몇 주 만에 추억이 되어버린 내 동네와 사람들 생각에 눈물이 났다. 옛 동네가 그리웠다.

 

시간이 흐르고 중학생이 되어 새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새로운 환경에 나름 적응되어 가고 있었을 무렵 다시 한번 내 감성을 주무르는 노래가 나왔으니, 바로 김현철의 '동네'라는 곡이다. 그 앨범이 워낙 명반이라 '오랜만에', '춘천 가는 기차' 등의 주옥같은 곡들이 많이 있었지만, 나는 유독 '동네'에 크게 반응했다. 매달 이어지는 시험 점수의 등락에 울고 웃게 되는 이른바 입시 지옥의 초입에 들어섰던 시기였기에, 별 고민 없던 어린 시절의 나를 아니 옛 동네의 나를 더욱 그리워했던 것 같다. 아직도 이 곡을 들을 때면 감명 깊게 본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 시절의 순간들이 또렷이 재생된다. 특히 노래 뒷부분에 흐르는 ‘사람들, 사람들’ 이란 단어는 수많은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 사람들.

 

 

고향 그리고 동네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시절 기억의 조각들은 깨어지지도 그렇다고 다시 정확히 맞춰지지도 않는 묘한 형태이기에,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로 재해석되기 때문이다. 

 

평생 고향을 노래하고 연주하는 뮤지션이 있고, 외국의 경우에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온 곳의 지명을 밴드 혹은 팀의 이름으로 쓰는 경우도 왕왕 있다. 물론 지역의 색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음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음악의 멜로디와 가사가 그곳을 품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고향의 색을 노래하는 뮤지션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리 넓지 않은 국토를 가진 나라이기에 그런가 싶기도 하고, 메뉴얼 대로의 혹은 표준을 강요받던 시대가 오래 지속되어 그런 걸까 짐작할 뿐이다.

 

전국 각지에 다양하고 훌륭한 지역 문화 소스가 있음에도 산업과 문화 모두가 서울 편향적으로 표준화 되어왔다. 이제는 아나운서 등을 제외하고는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방송에 나와 굳이 표준말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그 개성으로 사랑받는다. 나아가 애초에 표준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라는 세상 안에서는 더욱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유행은 있을 수 있지만, 지금 방송과 음악 차트에서 득세 중인 음악이 현재의 표준이라고 말하기 힘든 이유이다.

 

오리지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대이다.

국악과의 크로스오버도 대중 정서와 그리 멀지 않아진 지금, 시각을 조금 탄력적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똑같이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더라도, 내재 된 감성은 밟고 자라온 곳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동네라는 말에 또 다른 숨을 불어 넣어줄 각 지역의 향을 진하게 풍기는 뮤지션들이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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