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미국 플로리다주 웰링턴에서 열린 ‘2020 Adequan Global Dressage Festival’ 국제 마장마술(CDI3)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감동적인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20 도쿄올림픽. 이번 대회 대한민국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출전하는 김동선 現 한국학생승마협회장은 자신의 승마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동선 회장의 승마에 대한 사랑은 어릴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는 “승마에 대한 첫 기억은 미취학아동 시절인 것 같다. 승마를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따라간 것이 기억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승마의 종주국인 독일에서 2년 거주했는데, 수준 높은 선수들과 같은 말을 탄 적이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말을 타더라도 내가 더 좋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 승마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동선 선수가 출전하는 마장마술은 승마 경기 중에서도 음악에 맞춰 기술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예술성을 가장 중시하는 종목이다. 그렇기에 말과의 호흡은 물론, 평상시 훈련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마장마술 종목을 잘하기 위해서는 반복해서 동작을 훈련시켜 익숙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훈련은 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선수는 “그렇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말의 유연성과 근력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또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이행운동도 한다”며 “그렇다고 과목 연습을 등한시하지는 않는다. 훈련의 비율을 적절히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웃어 보였다.
그의 승마 사랑은 이야기하는 내내 피부로 전해졌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 이따금 보이는 순수한 모습 역시 그의 승마에 대한 애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김 선수는 “600kg의 동물을 타고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느낌이 다르다”며 “말이 3살이 되면 탈 수 있는데 그때는 거의 야생말 수준이다. 승마의 매력은 그런 말을 훈련시키며 맞춰나가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또 “훈련을 시킨 말로 내가 만족할 만큼 되느냐와 단계별로 어떻게 변화하는 가가 맞는 자세”라 부연했다.
인천아시안게임과 그랑프리 등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마장마술 선수가 된 김동선 회장은 부담감에 대해 “부담감은 없다. 내가 생각하는 말을 잘 탄다는 것은 어린 말을 훈련시켜 그랑프리까지 출전할 수 있는 말로 만드는 것”이라며 “다른 선수들과 달리 훈련되지 않은 말을 직접 훈련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은 나의 큰 자부심 중 하나다”라고 답했다.
대회의 성적보다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그는 “1등을 하더라도 불만족스러운 경기보다는 비록 1등을 하지 못하더라도 발전이 많고 생각한 훈련 계획이 잘 됐을 때가 더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유일한 선수인 김동선 회장은 이에 대해 “긴장감은 없다. 입상을 할 가능성은 낮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선수 생활에 매진하던 김동선 선수는 지난 4월 한국학생승마협회 회장에 당선되며 한국 승마 발전에 뛰어들었다.
그는 “기존 한국 내 승마 대회가 내가 첫 대회에 출전한 20년 전보다 퇴보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런 부분은 기획 능력의 부족이라 생각한다”며 “마장마술, 장애물, 유소년, 지구력 등 모든 종목을 포함해서 시합을 개최한다면 관객도 많아져 큰 이벤트가 될 것이다. 현재는 생활체육, 엘리트, 마장마술 등 모든 종목을 나눠 개최하다 보니 관심이 없고 흥행성이 없는 대회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대회를 열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밤에 시합을 열어 관객들이 모일 수 있게 하는데, 한국의 경우 흥행과 재미를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관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대회를 기획해 개최하는 것이 목표”라 설명했다.
김 회장은 자신이 한국학생승마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것 역시 흥행과 재미, 공신력을 갖춘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라 했다. 그는 시합만 잘 한다면 페스티벌처럼 큰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김동선 선수는 한국학생승마협회장과 승마선수 두 역할 중 어떤 역할이 중요하냐는 질문에 “선수 생활을 꾸준히 오래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만약 한국학생승마협회장의 자리와 상충된다면 선수를 선택할 것 같다”며 “하지만 회장을 맡는 동안 학생들을 위한 대회를 꼭 유치할 것”이라 약속했다.
이어 “봄과 가을에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모든 경기가 실내에서 진행되지 않는 이상 여름과 겨울에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9~11월 동안 최소 2주에 1회씩 경기를 치를 예정”이라 밝혔다.
김 회장은 대회 유치와 더불어 또 하나의 계획으로 승마의 대중화를 꼽았다.
그는 “내가 구상하고 있는 여러 사업 중 하나가 승마의 대중화다. 인천이나 뚝섬승마장의 경우 현재 나라가 소유하고 있다. 그런 곳을 한화리조트가 임차 운영을 한다면 대중화에 힘쓸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구상 중이다”고 귀뜸했다.
오랜 기간 승마계에 몸담고 있는 김동선 회장은 자신의 최종적인 꿈에 대해 “선수로서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평생의 목표다”라며 “승마계를 봤을 때에는 지금보다 키울 수 있고 잘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으나 시너지를 못 내고 있다. 재미있는 대회를 통해 흥행을 높여, 유럽에서의 승마나 국내 골프처럼 대중화를 이루는 것이 꿈”이라 답했다.
끝으로 그는 “내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 대한승마협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승마협회가 우리나라 승마계에 몸담고 있는 모두를 위해 더 좋은 모습,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저변 확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인 승마의 대중화. 선수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김동선 회장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다.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는 그 길을 걷겠다는 김 회장의 말에는 뭔지 모를 신뢰가 느껴졌다.
그의 꿈을 향한 여정에는 여러 역경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 경기신문 = 김도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