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강신복(가명·55)씨는 25년 간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40대 후반 나이에 직장을 잃었다. 이후 신용·담보 대출을 받아 PC방을 지인과 공동 창업했지만 이마저도 1년 후 폐업해야 했다. 그 여파로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일용직을 전전하던 강씨는 인천시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재기를 위한 파산·면책을 진행했다.
#2.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상진(가명·47)씨는 한국으로 와 받은 정착금을 사기로 모두 날렸다. 2명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카드론을 썼지만 돈을 갚지 못해 1000만 원이 연체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최저 수준의 생활을 이어가던 김씨는 결국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를 찾아 파산·면책 절차를 밟았다.
#3. 기초생활수급자인 장민옥(가명·35)씨는 지난 2019년 대출을 받아 떡볶이 가게를 차렸다. 하지만 이듬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장사가 되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남편까지 잃었다. 생활고로 창업 시 받았던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자 집도 경매로 넘어갔다. 강씨는 채권자의 극심한 상환 독촉으로 우울증, 공황·불안 장애를 겪고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이후 행정복지센터로부터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를 소개받아 경제적 재기를 위한 파산·면책을 진행했다.
#4. 대기업에 다녔던 정재민(가명·63)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다가 망해 5000만 원의 빚을 졌다. 이후 이어진 생활고로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고 채무가 3억 원으로 늘었다.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정씨는 허리디스크와 양쪽 발목 부상으로 몸마저 망가졌다. 이혼 후 여관에서 15년 간 혼자 생활하던 정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를 소개받아 모든 채무를 정리할 수 있었다.
26일 인천시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이뤄진 채무조정 상담은 모두 2391건이다. 지난해 1년 간 이뤄진 전체 상담이 2690건인 점을 볼 때 2배에 가까운 증가세다.
센터에서는 서민들의 채무 문제 해결과 경제적 재기를 위해 무료로 개인회생·파산면책·워크아웃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가 처음 생긴 2019년 모두 2487건의 상담 중 312명이 채무를 조정받아 544억 원의 빚을 감면받았다.
이듬해인 2020년은 2690건 상담 중 463명이 769억 원을 탕감받았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60명이 375억 원을 감면받아 연말이면 지난해 기록을 갈아 치울 전망이다.
사업실패로 채무조정을 받는 비율도 계속 증가했다. 2019년 센터의 도움을 받은 채무조정 인원 중 사업실패가 차지하는 비율은 45%다. 하지만 2020년 사업실패 비율이 49%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60%에 달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가 늘어난 탓이다.
이처럼 센터를 찾는 인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일하는 직원은 서울·경기도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는 16개의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모두 41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13개의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에 34명의 직원이 있다.
하지만 인천은 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 1곳에 직원 3명이 일할 뿐이다. 지난해 기준 센터 직원 1명당 상담은 평균 896건으로 서울·경기도의 1.5배에 달한다.
센터 관계자는 “현재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평균 한 달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며 “이마저도 상담 시간을 타이트하게 조정해 가능했다. 상담을 원하는 인원은 많고 직원은 한정돼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민호 인천시의원(행정안전위원회)은 “코로나19 이후 금융불평등, 부채문제 등이 늘고 있지만 관련 조직에 대한 시의 관심과 지원은 부족한 상태”라며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센터의 금융 상담 인력을 확충하고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