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시간 참 빠르다’는 말을 종종 하기도, 또 듣게도 된다. 뭔가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더 그렇다. 코로나19로 사람 내음이 그리운 요즘은 가슴에 헛헛함까지 더해져서인지 세월의 무상함까지 느끼게 된다.
벌써 3개월이 훌쩍 지났다. 처음 경기도립 예술단 소속 단원의 무단 외부 공연에 대한 기사를 쓴 지 말이다. 하루 이틀의 문제도 아니고, 이미 도의회가 업무보고나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예술단 복무 등을 수차례에 걸쳐 지적했지만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사전 승인 절차도 밟지 않고 올랐던 무대 중엔 경기아트센터 대극장도 있어 한숨을 자아냈다.
그리고 얼마 후 또다시 도립예술단 직책 단원의 ‘근무 시간 중 외부 공연을 위한 무단 외출’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 제보자에 의하면 그는 그런 날이면 출근 시간이나 근무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름 석 자가 명확히 찍힌 홍보용 X배너 사진도 함께 받은 터라 확인에 들어갔고, 이때까지 외부 공연을 위한 사전 승인을 마친 내용은 없었다.
경기아트센터에 이와 관련된 취재 등을 요청했더니, 질문할 사항을 홍보팀에 보내 달라고 했다. 또 곧바로 자체 조사에 착수한다며 감사팀에 의뢰를 넣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돌아온 모든 대답은 그냥 ‘개인정보’라서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갑갑한 심정에 센터 직원들의 얘기라도 들어봐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철벽도 그런 철벽이 없었다. 취재 기자가 만난 거의 대부분은 ‘홍보팀을 통해 들어라’면서 자리를 피했고, 일부는 아예 ‘들어오면 안 된다’고 쫓아(?)내기도 했단다. 오죽하면 ‘홍보팀만 찾는 경기아트센터’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을 썼겠는가.
한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부분도 물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라는 측면의 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그럼 어떻게 도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분명 도민의 혈세로 운영되고 있는 곳인데 라는 답답함이 무겁게 자리했다.
시간은 그렇게 또 흘렀다. 6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헤리티지시리즈 공연 가운데 하나인 ‘세헤라자데’가 무대에 올랐다. 공연을 중앙 무대에 선보여 얻는 이익과 이유도 있겠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왜 굳이 서울에서 공연을 하나?’라는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경기도민들에게 기회를 주기도 모자랄 판에, 대강 뭐 그런 마음이다.
원래 서울 가는 길은 교통체증이 심하니 일찌감치 서둘렀는데,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다행히 차량 소통은 원활했다. 공연 1시간도 전에 도착해 큐알코드 체크와 티켓 수령까지 마치고, 로비에 마련된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사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상한 광경이 포착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남자 앞에 잔뜩 쌓여진 공연 프로그램북과 그의 손에 들린 티켓 봉투. 어림잡아 보기에 2장씩 들었다 해도 최소 10장 이상은 돼 보였다.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와 상대들의 얘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 번 공연 때는 26명이 왔다 ▲오늘이 세 번째다 ▲앞으로 공연이 두 번 더 남았다 ▲프로그램은 매번 다르다 ▲오늘은 지금까지 한 일곱 명 오지 않았다 등이었고, 대답은 “덕분에 좋은 공연 본다”와 일상적인 안부를 주고 받는 대화 정도였다. 티켓을 나눠주던 그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남은 티켓을 반납하는 듯하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공연이 끝난 후 현장에 와 있던 경기아트센터 관계자에게 이같은 사실에 대해 물었다. 초대권이 어떻게 특정인에게 수십 장씩, 그것도 다섯 번이나 갈 수 있느냐고. 그 이후 두 번의 기사를 썼다. ‘경기아트센터 수상한 초대교환권… 특정 단체에 수백만 원 상당 제공’(7월 15일자)과 ‘브랜드대상 개연성 의혹’(7월 19일자) 등이다.
현재 이 두 건에 대한 아트센터의 ‘반박 및 입장’이란 메일을 받아 신중히 읽고 또 읽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도무지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도립 예술단원의 무단 외부 공연 때와 같은 체증(滯症)이 밀려올 뿐이다. 명확한 근거는 없고, 그저 정황상 그럴 싸한 변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난 몇 달간 받아본 적 없는 제대로 된 답변을, 그것도 조목조목 해준 것만으로도 반갑고 감사하다.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해 진행한 프로모션 초대라니 무엇을 얻었는지도 궁금하다. 모쪼록, 반박문을 통해 스스로 밝힌 내용들의 진실 여부는 성실히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