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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의 관규추지(管窺錐指)] 혐오할 자유는 없다

 

 

이재명 후보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정치인이다. 한국 대중은 입지전적인 인간보다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자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코스는 대개 이렇다. 지역 이름을 딴 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 법대나 그에 준하는 대학을 졸업해서 사시나 행시를 본다. 일단 행정부 국장급 이상, 차장검사나 부장판사급 이상으로 산다. 아니면 대학 때 민주화 투쟁에 참여하다 구속돼서 징역을 산다. 그러다 지역에 다시 내려와 정당 공천을 받고 당연한 듯 당선된다. 대개 당선된 해는 나 같은 놈이 어떻게 여기에 왔나 하면서 살고, 나머지 삼 년은 저런 놈이 어떻게 여기를 왔나 하면서 산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 몇몇을 빼면 누가 되든 비슷하다. 지역 유지들 모임의 최종판이 국회다. 이재명은 이 라인에서 완벽한 열외다. 이재명을 싫어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그가 엘리트 코스를 걸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느끼는 대중들의 보수성이다.

 

두 번째는 노무현 콤플렉스다. 그의 죽음은 노무현과 진보진영을 지지한 지지자들에게 이명박 일당에 대한 증오에 가까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이른바 대깨문이란 지지자들을 만들었는데,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은 문재인 후보에게 넘어선 안 되는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다. 2위 후보가 1위 후보에게 그런 공격을 가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란 반론도 있을 수 있는데, 당시 이재명의 공격은 노무현과 문재인을 내재화한 지지자들 다수를 분노하게 했다. 이재명이 당선되면 누구보다도 문재인을 심하게 공격할 것이라 믿기에, 그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는 이런 부류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그가 가짜 진보 또는 정통 포퓰리스트라고 생각해서 싫어하는 부류다. 진중권은 만만한 소수를 타깃 삼아 대중의 분노와 함께 공격하는 겁쟁이, 공정을 사칭해서 자기 지지율을 챙기는 기회주의자라고 말했는데, 나름대로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는 재벌해체라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그저 총수 일가가 가진 지분만큼 권한을 행사하게 하자는 당연한 말이다. 기본소득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성패를 미리 말할 수 없고, 그 규모가 정말 기본소득으로 불릴 만한 정도인가는 회의적이다.

 

이 외에도 형수에 대한 욕설, 여배우 스캔들, 음주운전과 공무원 사칭 등의 개인적인 흠결에서 이재용을 구속하니 경제가 살아난다는 식의 좁은 식견, 포용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그가 싫다는 사람도 많다. 그를 싫어하든 지지하든 그건 각자의 자유다. 그래서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었을 때,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재명이 싫어서 차라리 윤석열을 찍겠다는 사람이 33.5%라는 사실(리얼미터 여론조사)은 놀라움을 넘어서 충격이고 공포다. 87 체제가 완전히 파탄 났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이러려고 전두환 백골단과 쇠파이프 들고 싸웠는가 묻고 싶다. 당신이 윤석열을 찍어서 정권이 바뀐다면, 그래서 다시 사대강과 세월호가 터진다면 대체 어떻게 책임질 수 있겠는가. 자유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 앞에서 멈춘다는 프랑스 말이 있다. 이재명이 싫어서 윤석열을 찍겠다는 말은 당신이 얼마나 반민주주의자인지, 공화국의 시민이 아니라 봉건왕조의 신민인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혐오할 자유 따윈 없다. 부끄러운 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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