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아트센터는 지난 12일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하는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을 개최했다. (사진=신연경 기자)](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0937/art_16315088571692_e18bac.jpg)
마치 행위예술을 보는 듯한 무대에서는 희로애락이 느껴지는 선율이 울려 퍼졌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등장 때 한 번, 연주가 끝나고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지는 명장면이 펼쳐졌다.
지난 12일 오후 4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하는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공연이 열렸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경기아트센터를 다시 찾은 조성진의 연주를 즐기기 위해 수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었다면 1500석 규모의 대극장을 가득 채웠을 듯싶었다.
조성진은 이번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걸작을 소개하고자 1부에서는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와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를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약 9개월 만에 경기아트센터에서 관람객들과 만났다. (사진=경기아트센터 제공)](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0937/art_16315088582999_58539c.jpg)
공연의 문을 연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니시시모에서 포르테시시모까지 악상의 범위가 매우 넓은 곡으로 조성진의 다이나믹한 스타일이 돋보였다.
야나체크는 1905년에 지역의 중심도시 브르노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음악으로 묘사했다. 노래의 토대가 된 사건은 브르노에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집회를 갖던 체코 사람들을 당시 이 지역을 식민지로 지배하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독일인들이 무력으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사연을 알고 듣는 연주는 서정적이고 구슬프면서 한편으로 거친 느낌이 든다. 소나타의 첫 악장 ‘예감’은 슬픈 멜로디와 거친 리듬이 교차하고, 두 번째 악장 ‘죽음’은 안타까운 희생을 슬퍼하며 피아노로 부르는 비가 풍의 악상이 반복된다.
모리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최고의 기교를 달성한 작품이라 불리며, ‘물의요정’, ‘교수대’, ‘스카르보’ 세 악장으로 구성된 피아노 모음곡이다
2부의 막을 올린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는 리듬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왈츠 메들리로 기술과 음향에서 모두 최상급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조성진은 이번 공연을 통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걸작을 소개했다. (사진=경기아트센터 제공)](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0937/art_16315088596211_6341fc.jpg)
연주를 듣고 있자니 활기찬 느낌이 들다가 한편으론 사무친 그리움이 떠오를 만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 순서인 ‘스케르초 3-4번’은 쇼팽의 독창적인 피아니즘을 훌륭하고 설명하고 있는 곡이다.
쇼팽의 생애 결정적인 전환기마다 탄생한 곡들은 그의 내면 속 충동과 공격적인 성향을 솔직하게 드러낸 기록이다. 작품에서는 격렬한 분노와 음울한 절망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부터 지금까지 평단과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조성진의 쇼팽은 대극장을 장악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가 끝나자 관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사진=경기아트센터 제공)](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0937/art_16315091006848_456634.jpg)
건반 위 옥구슬 굴러가듯 현란한 연주와 음악에 심취한 조성진의 표정과 몸동작, 무대를 가득 채운 열정에 흐르는 땀을 닦고 건반을 정돈하는 모습까지 약 100분 가량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시작과 끝, 중간중간 관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이들에게 이날의 공연이 얼마나 위로와 선물이 됐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무대가 끝난 뒤 로비에서는 조성진의 모습이 담긴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으려고 관객이 길게 줄을 섰고,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보였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