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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이 영화 결말 알려줄까? 싫으면 오백원!

㉞ 말리그넌트 - 제임스 완

 

할리우드 제임스 완 감독의 공포 영화들은 의외로 재미가 있다. 여기서 ‘의외’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뜻이 아니다. 그의 영화에는 늘 의외성이 크다는 것, 상상하지 않았던 사건과 반전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제임스 완은 말레이시아 출신이다. 그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감독이다. 이번 영화 ‘말리그넌트’는 그의 그런 의외성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 공포 영화가 도무지 어디로 튈지 짐작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공포가 아니라 롤러코스터를 탄, 판타지 액션을 보는 느낌을 준다.

 

제임스 완의 이번 ‘말리그넌트’는 여러 할리우드 고전 영화의 레퍼런스를 구사하고 있다(고전영화의 일부 장면을 그대로 차용하거나 인용해서 참조하는 것)는 점에서도 흥미롭고 놀랍다. 첫 장면과 영화 중간중간 계속해서 나오는 주인공 매디슨(애나벨 월리스)의 집 전경은 알프레드 히치콕이 만든 전설의 영화 ‘싸이코’의 베이츠 모텔을 그대로 닮았다. 딱 봐도 음습하고 살인이 일어날 것 같다.

 

 

그 집 안의 공간 구조는 셜리 잭슨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그 유명하고도 유명한 작품 ‘힐 하우스의 유령’을 닮았다. 2층 회랑의 복도에서 유령의 검은 그림자가 밤사이에 늘 휙휙 지나다닐 것 같게 꾸며져 있다. ‘말리그넌트’는 그런 무대를 배경으로 원한의 혼령과 이상 성격을 지닌 범인의 연쇄 살인,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혈육의 수수께끼, 과도한 살인 행위 등등 온갖 미스터리/서스펜스/연쇄 살인/공포 영화의 흔적들을 이어간다.

 

제임스 완이 감독이 되기 전에 얼마나 많은 공포 영화를 보고 자랐는가를 짐작하게 해 준다. 더 나아가 제임스 완 같은 인물도 자기가 만든 영화 속 캐릭터들 마냥, 어느 정도는 정상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느끼게도 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 영화 전문 감독이 되는 것도 얼마나 고전과 인문(人文)에 충실한 길을 걸어야 하는 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공포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신의학은 물론 범죄심리학, 심지어 인체 해부학에도 나름 지식의 폭이 커야 함을, 그게 평소 켜켜이 쌓여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도 제임스 완은 스스로 남다른 점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해 낸다.

 

 

여주인공 매디슨은 폭력 남편 밋첼(제이크 아벨)에게 시달린다. 남자는 평소에는 다정다감하다가도 자기 성질을 견디지 못할 때면 여자에게 손찌검을 해 댄다. 정신병이다. 사회문제다. 어쨌든 매디슨은 이날도 남편이 밀치는 바람에 벽에 머리를 부딪혀 정신을 잃는다. 매디슨은 지금껏 세 번 유산했는데 그게 다 남편의 폭력이 빚어낸 것이라는 암시가 이어진다.

 

어쨌든 이날 밤 아내가 침대를 걸어 잠근 탓에 거실 소파에서 잠을 자던 남자는 누군가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다. 경찰이 곧 수사에 나서고 아무래도 아내가 의심을 받게 되려는 찰나…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잔혹하게 살해되기 시작한다. 신경정신과 의사, 정신병 상담의 등등이 거의 난도질을 당한다. 그 와중에 도시 여행 가이드 여자가 납치되기도 한다.

 

경찰은 이 동떨어진 사건들에서 폭력의 일관성을 발견하고(잔혹하다는 것 하나!)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해 단둘이서 수사에 들어간다. 그러던 중 맨 처음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매디슨이 알고 보니 8살에 입양됐다는 것, 원래 이름은 에이미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수사는 미궁에 빠지고 열의를 갖고 있던 남자 수사관 케코아 쇼(조지 영)마저 부상을 당하자 이제 사건의 열쇠를 캐는 인물은 매디슨과 죽고 못 사는 관계의 여동생 시드니(매디 해슨)에게로 넘어간다.

 

 

이야기는 널을 뛰고 인물과 인물 사이로 껑충껑충 뛰어다니지만 그게 그리 밉상은 아니다. 오히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제임스 완의 공포영화는 그렇게 B급과 메인 스트림의 스타일/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데 그 특징이 있다. 어쨌든 영화 후반부 여동생 시드니가 밝혀내는 언니 매디슨의 아프고도 끔찍한 과거는 보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영화의 결말을 이렇게 끌고 가는 제임스 완에 대해 그것 참 꽤나 발칙하고 재미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처음에는 이거 무슨 얘기하려는 건가 싶다가도 극장을 나올 때는 비교적 높은 평점을 주게 된다. 영화를 귀엽고 재밌어하게 된다.(공포 영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공포 영화의 주제는 ‘내 안의 살인마’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건 유명 미스터리 작가 짐 톰슨이 아예 같은 제목의 소설(‘Killer inside me’)로 갈파한 적도 있다. 여기서 ‘내 안’이란 물리적으로 한 인간 개체 안에 들어가 있는 해로운(말리그넌트 : malignant) 악마성/이중성/분열성을 얘기하는 것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내 안’의 의미는 사회 자체로 확대 해석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 안에 얼마나 많은 악마성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가. 인간의 악의(惡意)는 신에 의해 주어지는 것인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가. 영화는 나름 심오한 주제를 슬쩍 치고 나간다.

 

그러나 제임스 완 스스로는 그것도 이것도 아니라고 하는 듯이 보인다. 제임스 완은 자신의 영화에 함부로 이런저런 의미를 붙이고 해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재미있게 보면 되는 거 아냐’라는 식이다.

 

제임스 완의 이번 영화 ‘말리그넌트’는 그 ‘재미의 의미’에 치중한 작품이다. 공포 영화가 재미있다고? 그게 말이 돼? 근데 그게 말이 되는 영화다. 이 영화의 결말은 거의 아무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알려 드릴까? 싫으면 500원! 영화를 즐기시기들 바란다. 하 수상한 세상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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