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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여론조사,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라

 


추석 연휴에 2박 3일 일정으로 고향 여수 어머니 집을 다녀왔다. 고향을 떠나고 42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추석 귀성길이었지만, 이번만큼 대화 소재가 많은 해도 없었다. 그중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여야 간 경쟁과 당내 후보 경선이 불을 뿜고 있어, 선거가 지대한 관심사였다. 종이신문 열독자이면서 울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생이 나에게 물었다. 언론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느냐고. 선거여론조사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미덥지 않다고 한마디 했다.   


호남지역의 최대 관심사는 연휴 직후에 있을 민주당 호남 경선이었다. 무등일보는 연휴 직전인 17일(금), 민주당 대선후보 광주·전남 지지율을 보도해 큰 관심을 받았다. ‘리얼미터’에 의뢰해 12일부터 14일까지 ARS 방식으로 시행한 조사에서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를 넘어 역전했다는 기사였다. 이낙연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지만 이재명 후보를 앞서는 조사 결과는 민주당 경선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었다. 2002년 노무현 후보 경선과정을 기억하는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당연했다. 연휴 첫 2일간 포털 정치뉴스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무등일보가 일주일 전까지 뒤지던 이낙연 후보가 역전했다고 보도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 1주일 전 조사는 ‘리서치뷰’라는 다른 조사회사가 했다. 호남경선을 1주일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1면 톱으로 보도하면서 ‘역전’이란 제목까지 단 것은 무리수였다. 주목도만을 염두해 동아일보는 2000년 9월 9일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날 “대구 부산엔 추석이 없다”고 1면 머리기사를 실었다. 왜곡보도로 지금도 회자된다.


다른 여론조사도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추석 전날 보도했다. 조사결과 이재명 후보가 야당의 윤석열, 홍준표 어느 후보와 붙어도 오차범위를 넘어(7.4%p~9.2%p)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낙연 후보는 두 후보와의 격차가 1%가 넘지 않을 정도의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전날 밥상머리 정치 여론은 KBS가 이끌었다. 


한편, KBS와 같은 시기(17일-18일)에 시행된 다른 조사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놨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한 조사였다. 야당인 윤석열 후보가 여당인 이낙연,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넘어(7.2%p~10%p) 앞선다는 결과였다. 홍준표 후보와 여당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였다. 추석 당일 KBS조사를 희석시키며 포털 주요 뉴스로 부각됐다.


여론조사 타이밍과 보도시점이 클릭수를 결정한다. 여론조사기관이 난립하면서 신뢰는 점점 추락하고 있다. 형식만 갖추면 공인인증서를 발부해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현행제도에 문제가 있다.  KBS와 데일리안 가운데 한 언론사는 하자 있는 조사를 방조했거나 조사기관에 속았을 가능성이 높다. 모르고 속았으면 차라리 낫겠다. 개선의 여지라도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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