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으로 네이버 직원이 사망한 이후 IT업계의 조직문화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과주의와 과도한 경쟁이 모욕과 실적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판교 IT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운영하는 IT갑질신고센터에 최근 한 달간 들어온 제보 21건을 지난 22일 공개했다.
공대위에 접수된 괴롭힘 사례는 폭언·모욕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실적압박이 7건, 업무배제·따돌림·해고 등 ‘기타’ 항목이 5건이다. 한 제보자는 “부서장에게 심리적·신체적 괴롭힘을 지속해서 겪었다. 높은 업무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공대위는 올해 5월 네이버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지난 8월 출범했다. 정부 조사에서도 네이버 노동자 사망사건의 원인은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성남시에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등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판교IT 노동자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과 인터뷰 면접조사를 실시해 오는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이후에도 피해자들의 고충은 계속된다. 직장 상사로부터 폭언 피해를 입었지만, 가해자와 분리되지 않는 등 보호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해피빈도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제기됐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해피빈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지난 2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 2015년 이후 총 15명이 퇴직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A실장의 폭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A실장의 괴롭힘을 회사에 알렸으나 업무 실적 등을 언급하면서 방관했다는 것이다. 반면, A실장은 네이버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은 확대돼야 하지만, 이는 궁극적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노동부가 선제적으로 IT기업 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성과에 따른 압박을 줄일 수 있는 수평적인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는 10월 국정감사…기업 총수들에 ‘직장 내 괴롭힘’ 질의 예상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다음달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기업 총수들을 증인 및 참고인으로 소환해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최인혁 네이버 해피빈 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근로기준법 위반 및 임금 체불’ 등의 이유로 명단에 올랐다. 환노위는 또 카카오에 대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의 근로감독 결과 등을 질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감은 여·야 상임위 위원들의 증인 명단 취합을 거쳐 내달 중 열린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성과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IT업계 특성이 직장 내 괴롭힘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며 실적 달성을 위해 모욕을 서슴치 않는 상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IT업계가) 기술적 부분에서는 첨단을 달리고 있으나 조직문화는 따라가지 못하는 미스매칭이 있다.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피해자들의 신고가 줄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안으로 곪는 것”이라며 “마음놓고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김민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