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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보안법 폐지’ 힘 실은 신은미씨 무죄 결정

 

 

남북 간 화해를 위해 다년간 애써온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죄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재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무죄 결정을 했다는 기사가 최근 보도되었다.

 

애초 검찰의 공소사실은 신 씨가 지난 2014년 11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북한 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인데, 그 내용인 즉 자신의 여행 경험을 근거로 ‘북한에 핸드폰 보급이 상당히 이뤄졌다’, ‘맥주도 맛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헌재는 해당 발언이 이미 발간된 책자나 기사에 기반한 것이어서 전혀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불렀다는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에도 북한 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은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검찰 논리대로 라면 분단된 73년 동안 남북이 민족 고유의 정서를 함께 지니고 각각 나름대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서 안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만약 누군가 이를 공표할 경우 법으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북의 진실을 알아서는 안되며 이를 알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불법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법 규정이 아닐 수 없다. 보안법은 이처럼 시대착오적인 독소조항을 담고 공소권을 남발하도록 하는 악법이다.

 

보안법의 치명적 결함은 공소 사실의 부정을 피의자가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근대법의 대명제와 원칙을 근본부터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마녀가 아님을 입증하라는 중세 종교재판의 논리가 바로 이러했을 것이다. 마녀사냥을 합법화하는 반인권적인 법률은 결코 문명국가의 법이 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을 원조로 하고 있다. 그런 법이 해방 이후 지금까지 펄펄 살아서 우리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일제에 빌붙어 권력과 재물을 챙겼던 반민족 무리들이 반공을 내세워 민주, 민족세력을 탄압하고 애국자들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기 위해 써온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였다. 그 많은 보안법 사건이 재심 결과 대부분 조작으로 드러나 피의자들이 뒤늦게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 그 증거이다.

 

보안법이 역사적으로 반공 극우 기득권 세력의 탄압 수단 이외의 어떠한 긍정적 역할을 했던가? 아무것도 없다. 민족 화해와 민주 질서를 부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을 더는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

 

유엔의 고문방지위원회와 인권이사회, 국제엠네스티 뿐 아니라 미국 국무부조차 해마다 인권보고서 등을 통해 우리 정부에 이의 폐지를 강력히 권고해온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보안법의 안보 기능은 형법 관련 조항 적용만으로도 충분하다. 국가보안법은 폐지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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