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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의 관규추지(管窺錐指)] 백신이 두려운 그대에게

 

얼마 전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는 내가 한의사이기 때문에 현대의학과 맞서는 생각을 가졌는지 궁금해했다. 어떻게든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자기 생각을 옹호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그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이유는 본인이 매우 심한 알레르기 환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백신 음모론도 약간 믿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 그가 하나님의 백성을 자처하는 신앙인이었기에, 이렇게 물었다.

 

성경이 기록될 때도 술은 있었잖아요? 예수께서 공생애의 삶을 살 때, 가장 먼저 행한 이적이 물을 포도주, 술로 만든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담배는 어떨까요. 예수님이 생존할 당시에 담배는 확실히 없었죠. 그런데 기독교인 중에 어떤 종파는 담배와 술을 허락하기도 하고, 어떤 종파는 엄격히 금하기도 해요. 제 생각으론 결국 어떻게 해석하느냐 문제일 것 같아요. 담배 피운다고 예수님 말씀을 거역하는 건 아니지 않냐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코로나나 메르스, 독감이나 감기 같은 질환을 뭉뚱그려서 호흡기 전염병이라고 불러요.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이유죠, 이 병은 코로 들어오는 병이거든요. 한의학에선 이런 병을 상한(傷寒)이라고 부릅니다. 차가운 기운(寒邪)에 감염됐다는 말인데, 옛날 사람들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그렇게 말한 거죠. 상한이란 병을 체계적으로 다룬 책이 있어요. 지금부터 무려 이천 년 전에 쓰였고, 한의사들에겐 성경만큼 권위가 있습니다. 장중경이란 사람이 쓴 상한론이란 책이에요. 코로나바이러스는 상한론 처방으로 잘 치료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병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원기가 잘 보존된 환자일 때 그렇고, 기혈이 부족한 사람(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한약을 쓴다고 다 낫는 건 아닙니다. 아무튼 우리가 정말 아쉬운 것은 현대의학이 시대의 주류라서, 코로나 예방과 치료에서 한의사협회를 배제하는 거죠.

 

그렇다고 해도 한의사가 백신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상한론 처방은 예방 효과는 없어요. 병에 걸렸을 때 치료제로 유효한 거지, 대청룡탕을 미리 마신다고 코로나에 안 걸리는 건 아니거든요. 백신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게 해주는 예방제입니다. 그건 제너가 종두법을 시행한 뒤로 수도 없이 검증된 사실입니다.

 

과학이 별 게 아닙니다. 우리가 모르는 일이 벌어지면, 일단 가설을 세워보는 거죠. 그리고 그 가설에 따라 여러 가지로 실험을 해봐요. 그 결과가 좋으면 가설을 합리적이라고 간주하고 따르는 것, 그게 과학적 사고방식입니다. 과학도 출발은 가설이에요. 믿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담배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건 과학적인 생각이에요. 하지만 고달픈 인생, 담배 한 모금도 없으면 어쩌란 말이냐 하면, 그건 또 그것대로 자기 의견이긴 해요. 성경에서 금하니까 피우지 말아야 한다는 건 틀린 말이죠. 백신은 과학적인 사실입니다. 코로나 백신은 꼭 맞아야 해요. 그래야 병에 걸리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죠. 백신 맞은 뒤에 열나고, 온몸이 쑤시고 아프면 한약 드시면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백신 접종하세요. 저도 두 번 다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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