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들어선 수원시 팔달구 지동 행정복지센터는 ‘사람’중심 행정을 펼쳐온 수원시가 공공건축물에 인권을 담아내는 첫 시도로 4년여 만에 완성해 낸 결과물이다. 오는 6일 주민들을 맞이하게 될 수원시 최초의 인권청사 지동 행정복지센터를 미리 둘러보며 수원시가 공공청사 건축이라는 그릇에 담아낸 인권을 확인해 본다.
◇낙후된 도심 ‘지동’의 변화를 꿈꾸다
지동은 수원시의 대표적인 구도심으로 0.79㎢ 면적에 5900여 세대 1만2500여 명이 거주한다. 주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노인(인구의 21%)이고, 외국인은 수원시 전체 비율(3.6%)의 3배인 10%에 달한다. 건축물의 60%가 1960~1970년대에 준공된 건물로 동네가 전체적으로 노후화된 상태다.
기존 행정복지센터도 1989년 11월에 건립돼 30년을 훌쩍 넘겼다. 증가하는 행정과 복지서비스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은 매우 협소해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오던 주민들이 다양한 마을행사 등 자치활동을 할 때에도 부족한 공간은 걸림돌이 되기 일쑤였다.
이에 지난 2014년부터 지동 행정복지센터 신축을 논의해 오던 수원시는 2017년 공공건축물에 인권을 담는 작업의 모델 역할을 할 첫 번째 인권청사 신축사업으로 지동을 낙점했다.
이후 4년여 만에 들어선 새 청사 주변 외부 공개공지에는 큰 소나무가 식재됐고, 주변으로 벤치 등이 배치됐다. 지동 주민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그 누구라도 쉬어갈 수 있는 ‘쉼터’다. 가로등이 밝혀지면 주민들이 어두운 밤에도 안심하고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오갈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눈길, 손길, 발길 닿는 곳마다 ‘인권’
지동 행정복지센터가 ‘인권청사’라는 사실은 외부 진입로부터 드러난다. 바깥 인도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그 어떤 장애물도 없다. 계단은 물론 불편을 야기할 수 있는 구조물도 없어 누구나 쉽게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진입로뿐만 아니라 모든 공간에 단차가 없어 ‘누구에게나 친절한’ 공간이다.
인권은 내부 시설 구석구석 자리를 잡았다. 우선 자동문을 여는 버튼은 일반적인 위치보다 한참 아래 설치됐다. 일반적으로 버튼이 성인의 허리~가슴 높이에 있는 것과 달리 손을 아래로 뻗어야 닿는 위치다. 장애인이나 키가 작은 사람, 허리가 굽은 노인 등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1층 중앙홀 바닥에는 공간별 안내판이 설치돼 쉽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공간에 개방감을 주는 유리 벽에는 시선이 머무는 위치에 픽토그램을 활용한 사인물을 연속적으로 부착했다. 유리창을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공간별로 안전을 고려한 시설물 배치도 이뤄졌다. 각 공간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는 화재 시 대피요령과 소화기사용법, 피난로가 상세하게 적힌 안내판이 자리 잡았다. 복도 등 바닥 면 테두리는 일정 구간을 진한 색상으로 시공해 시야감을 통해 공간의 구조와 동선을 파악하기 용이하도록 했다. 여기에 활용된 디자인 요소들은 모두 수원시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유니버설 디자인 매뉴얼’을 적용한 것이다.
◇참여와 소통, 배려를 담은 행정복지센터
세지로 339 일대 8개 필지 1457㎡에 들어선 지동 인권청사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연면적 2560㎡ 규모다. 각 층에는 행정업무 공간과 주민들의 자치공간, 휴게공간 등이 적절하게 배치됐다.
우선 1층으로 들어서면 아늑하게 자리 잡은 ‘못골마루(문고)’가 방문객을 맞는다. 로비 자체가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는 열린공간이다. 왼편에는 민원실이 있다. 노인 이용이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비대면 양방향 마이크를 설치하고, 독립된 복지상담실을 마련해 이용하는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도록 했다. 동장실은 1층 직원들의 사무공간 입구에 배치됐다. 널찍하고 개방적인 공간을 주민과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하고 동장실을 차선 배치함으로써 주민밀착형 행정에 인권청사의 특징을 더했다.
2층은 주민들의 요구가 대거 반영된 공간들이 들어섰다. 대규모 행사가 가능한 200석 규모의 대회의실과 소회의실 역할을 할 못골사랑뜰, 공유주방인 못골부엌, 주민자치위원회 사무실, 동대본부 등이다.
2층 한켠에 마련된 ‘쉼마루’는 인권청사의 정체성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청소 용역원 등 노동자들이 휴게시간에 맘 편히 쉴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면서 실제 근무하는 직원의 의견을 수차례 청취해 개별 옷장과 바닥 온돌 설치 등의 요구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옥상에는 텃밭과 정원을 조성했다. 텃밭은 바닥 대신 단을 높여 허리춤 높이인데, 장애인이나 노인 등이 치유농업 활동을 하는 데도 적합하다. 또 옥상 텃밭을 노인 등 약자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옥상까지 연결해 둔 것 또한 인권을 배려한 조치다.
◇건축의 전 과정에 인권을 담다
수원시가 지동 행정복지센터에 구현해 낸 ‘인권청사’는 사용하기 편리한 시설로 국한되지 않는다. 무장애시설(Barrier Free)을 넘어 청사 건립 전 과정에서 인권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수원시는 구체적으로 지역 특성을 반영할 방법을 고안하고, 모든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설계와 건축을 했다. 공공청사에 인권을 담아내고자 2017년부터 3년여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고, 착공부터 준공까지는 1년 남짓 소요됐다.
주민 의견은 설문조사와 대면조사를 통해 구체화했다. 2018년 6월 주민 11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실제로 인권청사를 이용할 사람들의 욕구를 발굴했고,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실시해 참여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이후 설계 공모 전에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인권 및 건축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권영향평가협의회가 수차례 참여해 세심하게 인권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수원시 인권담당관뿐 아니라 도시디자인단, 시설공사과, 팔달구 행정지원과, 지동 등 다양한 부서의 협업은 필수적이었다.
수원시는 인권청사가 제대로 인권을 담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전점검도 진행한다. 입주를 앞둔 오는 1일 관계 공무원은 물론 인권영향평가협의회, 장애인 단체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점검으로 단 한 점의 불편도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목표다.
박동일 수원시 인권담당관은 “지동 인권청사는 획일적인 공공건축물에 사람과 인권의 가치를 담고자 한 담대한 시도로, 장애인과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이용자가 차별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건축물”이라며 “추가로 문화복지동이 완공되면 지동 주민의 대표적 문화공간 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