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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의 관규추지(管窺錐指)] 축구와 선거

 

1. 축구는 전쟁이다

한의사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위험한 운동은 축구다. 운동 중에 발목을 삐거나, 무릎을 다치거나,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환자 대부분이 축구광이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충분한 치료나 재활 없이 축구하다 다시 다쳐서, 아주 운동을 접는 경우도 여럿 보았다. 이건 내 개인적인 경험담일 뿐만 아니라 통계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인데, 학원 스포츠가 활성화된 영국에서 40대 이후 부상자가 가장 많은 운동은 축구 클럽 출신이 압도적 1등이었다.

 

축구하다 전쟁을 하기도 한다. 1969년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월드컵 예선전을 하다 전쟁을 일으켰다. 대략 5000명가량이 죽었다고 하는데, 물론 그 이전에 영토 문제와 이민자 문제 등으로 사이가 매우 나쁘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축구하다 졌다고 엘살바도르 여고생이 권총 자살을 하고, 대통령과 축구선수단 전원이 장례식에 참석해서 복수를 다짐하다니,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축구라면 가능하다. 위의 두 나라가 중남미 후진국이라 그런 게 아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난동을 부리던 영국 훌리건들이 프랑스 경찰 머리를 벽돌로 내리쳐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일도 있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프랑스 방송에 나와서 정식으로 사과하고, 범인은 1급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2021년 유로 2020 결승전에선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훌리건들이 경기장 문을 부수고 닥치는 대로 주먹을 휘둘러 어린 아기들까지 다친 일도 있었다. 축구는 매우 위험한 스포츠가 맞다.

 

2. 호루라기는 누가 부는가

며칠 전 강원과 대전이 승강전에서 만났는데, 강원 볼보이들이 공을 늦게 전해주는 불상사가 있었다. 강원이 전반에만 3-1로 앞서 나가자 강원 측 볼보이들이 본격적으로 태업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전 감독이 거세게 항의하고 대전 팬은 폭발했다. 그것 때문에 대전이 진 것은 아니지만, 볼썽사나운 꼴인 건 사실이었다. 문제를 일으킨 볼보이도 심판이 아니라 경기감독관이 직접 지시한 뒤에야 겨우 교체되었다. 단순한 규칙 아래 격렬한 몸싸움이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축구 경기에서 호루라기를 쥔 심판이 편파적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선거는 축제면 좋겠지만, 전쟁인 경우가 많다. 승자독식의 권력이 크면 클수록 그렇다. 투표일에 술도 팔지 않는 그리스보다는 좀 낫지만, 자기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고 세상 망한 표정이 되는 사람이 꽤 많다. 사실 나도 한 번 그랬다.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에게 졌던 2012년 대선에서 근 두 달 가까이 땅만 보고 다녔다. 하지만 내년 3월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결과를 받아들이자며 스스로 타이르고 있다. 내가 지지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표를 받으면 당선되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 각 후보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어느 부인 과거가 어떻고 하는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대선 정국에서 내가 하고 싶은 한 마디는 이거다. 대체 호루라기는 누가 부는가. 이재명과 문재인, 민주당은 무슨 일을 해도 비판받고, 윤석열과 권성동, 국힘당은 성추행을 해도 보도가 안 되는 걸 보면, 한국의 진정한 문제는 남북 분단이 아니라 썩어버린 언론이 아닐까 싶다. 조중동을 위시한 한국 언론은 국민과 전쟁을 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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