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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의 관규추지(管窺錐指)] 떳떳하십니까

 

 

1. 박막례 할머니(80세, 가명)

오랜만에 진료실 문을 밀고 들어오시는 박막례 할머니 얼굴이 많이 부었다. 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장복했을 때 나타나는 문 페이즈, 쿠싱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 떨어진 아들네 집에 계시면서 너무 아파서 주사 몇 번 맞으셨단다. 그 주사 또 맞으면 콩팥 다 망가진다고, 침으로 살살 달래보자고 말씀드리고 치료실에 뉘어 드렸다.

 

남편은 알코올 중독에 도박 중독이었다. 돈 내놓으란 말에 새끼들하고 먹고 살 것도 없다고 하면 무섭게 때렸다. 얼굴 맞으면 표시나니까 죽자고 얼굴만 가렸다고 한다. 그러면 몽둥이로 등을 치고 배를 쑤시고 온몸을 깨털 듯이 두들겨 팼다며, 징하디 징한 결혼 생활을 회고했다. 생활비를 벌어올 턱이 있나. 다 팔아먹어 땅뙈기 하나 없으니 농사를 지을 수도 없었다.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 팔고, 공장에 가서 열두 시간씩 일하고, 치매기 있는 시어미를 찾으러 천지사방을 헤매고, 그런 와중에 다섯 남매를 거둬 학교를 보냈다. 본인이 못 배운 한을 풀기라도 하듯 아들도 딸도 모두 지성으로 가르쳤다. 그 덕에 오 남매는 모두 잘 자라 다들 제 몫을 하며 산다. 그런 이야기 끝에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난 떳떳해. 내 손으로 벌어서 아이들 가르쳤고, 칠십 넘어서까지 공장 다니며 벌어서 손주 손녀 학비도 보태라고 돈을 줬어. 비록 못 배우고 가진 것도 없지만, 난 떳떳하게 살았소. 죽은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살아 돌아와도 부끄럽지 않아. 난 떳떳해.

 

2. 심판의 날

이제 13일이 지나면 대통령 선거 결과가 발표될 것이다. 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지는 분이 많은 줄 안다. 인제 와서 새삼스레 문 정부가 무슨 잘못을 했냐고 항변하지 않는다. 문 정부가 잘한 일이 이렇게나 많으니 생각을 바꾸시라고 말할 뜻도 없다. 이미 그런 단계는 지나도 한참 지났으니까. 국민이 뼈 빠지게 벌어 쌓은 재화를 북한에 퍼주고, 중국엔 굴종적이며, 쓸데없이 일본과 맞서서 위기를 자초한 문 정부, 부동산 값 폭등으로 집 없는 자에게 절망을 안겼고, 페미니즘 정책으로 남녀 성 대결을 부추겼으며, 코로나 방역을 망쳐서 경제가 곧 망하게 된 문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당신의 의지를 대체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다만 나는 묻고 싶다. 정권을 잡기도 전에 이명박이 노무현을 잡도리한 것처럼 문재인 죄를 묻겠다는 윤석열, 북한을 선제타격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윤석열, 중국을 향해 사드를 더 배치할 건데, 정작 중국 대사를 만나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윤석열, 한일관계가 어긋난 것은 우리 잘못이라는 윤석열, 무궁화호 좌석이라면 신발 신고 발 올려도 괜찮다는 윤석열, 살아 있는 소 껍데기를 벗기는 죽음의 굿판에 검사장 직함을 연등한 윤석열을 찍어 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결정, 그거 떳떳하십니까?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워 먹는 건 아닌가요? 우리 자식들, 우리 후대에 떳떳한 결정 맞습니까? 이명박과 박근혜가 어떻게 나라를 말아먹었는지 생각해 보시고, 한 번만 더 심사숙고해주세요. 홧김에 결정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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