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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산부인과 폐업률…정책적 배려 절실”

[인터뷰] 성빈센트병원 윤주희 교수

저출산 시대 도래…산부인과도 위기
1년간 분만 ‘0’ 산부인과 수두룩

타과 대비 저수가, 빈번한 의료분쟁
24시간 근무 등 낮은 삶의 질로 선택 줄어

산부인과 의사들 처우 개선 시급
사회적 합의하 정책적 배려 필요

보상만이 위기 극복 핵심은 아냐
사랑·가족 등 가치 추구 우선해야

 

윤주희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의사이자 입원진료부장이다. 1995년 가톨릭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산부인과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 학술위원,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 건강한 여성재단 사무총장 등을 지냈고, 대한의학회 임상진료지침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산부인과는 탄생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과입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윤주희 교수의 말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그 누구보다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이지만, 정작 제자들에게는 ‘함께 하자’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산부인과에 봉착한 위기로 미래가 그저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저출산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부인과도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합계 출산율’은 0.81이었다. 2018년 0.98로 처음 1.0이하로 떨어진 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이다.

 

이같은 저출산과 함께 1년 동안 분만을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분만 제로’ 산부인과도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진료 과목이 '산부인과'로 표시된 의원 중 분만수가가 청구되지 않은 기관이 전국적으로 매년 1000개소가 넘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산부인과의 감소는 출산 인프라 부족으로 이어져, 다시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여지가 크다. 

 

윤 교수는 현장 의료인으로서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전공의를 했던 1990년대 중·후반에는 이곳에서 매달 200건 이상의 출산이 있었다. 대학병원이기에 주로 고위험 산모들이 방문했음에도 그 정도 숫자였다. 하지만 현재는 매달 30~40여 건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한 해 출생아 수는 사망자 수보다 적고, 인구절벽이 찾아왔다. 인구 구성도 노인 인구가 많은 역피라미드 형태로 바뀐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줄었고, 노화로 인해 발생되는 질환을 위한 재활의학과, 안과 등의 수요는 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의 양적 수요는 줄었지만 질적 수요는 더욱 높아졌다. 35세 이상의 고령 임신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윤 교수는 “의학적으로는 35세 이하 출산을 권유하는데, 결혼적령기란 말이 무의미해지고 출산이 늦춰졌다. 고위험 임신이 늘어나며 잘 훈련된, 깊이 있고, 책임감 있는 산부인과 의사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높은 의료 수준을 겸비한 산부인과 의사가 필요하지만, 현재 산부인과는 그야말로 위기다. 지난해 문을 닫은 산부인과는 265개로, 개원 수인 229개보다 많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앞으로 더 많은 산부인과가 문을 닫을 텐데, 난산과 고위험 산모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학병원이 모두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산부인과 전공의 확보율은 88.7%로, 평균 92.4%보다 3.7%p 낮았다. 중도 포기율은 3.52%로 기초과목을 제외하고는 3.64%인 소아청소년과 다음으로 높았다.

 

윤 교수가 소속된 성빈센트병원의 경우 3년 연속 산부인과를 지원한 전공의가 없었다. 이런 추세라면 ‘임신했을 때 찾아갈 산부인과가 어디 있을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윤 교수는 산부인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산부인과 의사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타과 대비 저수가를 받는 상황과 상대적으로 빈번한 의료 분쟁, 주간·야간·휴일 24시간 근무가 필요한 특성, 지속적인 저출산 추세로 인한 불안정성 등 ‘낮은 삶의 질’로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를 선택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 제자들에게 “함께 하자”는 말을 쉽게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출산에 시간 약속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힘든 근무환경은 어쩔 수 없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윤 교수의 생각이다.

 

윤 교수는 산부인과 살리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하에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한국보다 먼저 저출산·노령화 사회를 겪고 있는 해외사례를 들었다.

 

일본의 경우 포괄수가제와 비슷한 DPC(Diagnosis Procedure Combination)를 적용하는데, 포괄 외에 해당하는 행위별수가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에 대해선 의사가 책정한 수술비용과 재료비 등 추가적인 부분들을 인정하고 있다.

 

산부인과 처우가 개선되면서 일본은 안정적인 산부인과 의사 양성이 이뤄져, 조산원에서 출산하던 위험성을 줄이고 안전한 출산 환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윤 교수는 금전적 보상이 산부인과 위기 탈출을 위한 만능열쇠는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산부인과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의미에 더욱 가치를 두는 것이 수반돼야 한다는 의미다.

 

“남들보다 덜 땀을 흘리고 더 버는 것이 가치 있다는 생각보다는, 저는 인생의 본질인 탄생과 죽음을 직업으로 접하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물질만능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탈피해 사랑과 가족 등 가치 추구가 우선시 돼 산부인과 전공을 택하고,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현실적 보상이 뒷받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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