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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의 광고로 세상읽기] ⑤ 콜라회사가 만든 전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1.  

달콤하고 상쾌한 맛.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톡 터지는 느낌. 이렇게 말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맞습니다. 콜라입니다. 갈증이 날 때나 기분전환용으로, 특히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와 함께 하면 금상첨화지요.

 

전 세계 콜라 브랜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코카콜라입니다. 코크(Coke)로 약칭되는 이 음료가 처음에 두통약으로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1886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약사 존 팸버튼(John Pemberton)이 코카(coca)잎과 콜라(kola) 열매를 주재료로 만들었지요. 그리고 두통을 없애주는 특효약으로 판매를 합니다. 상표 명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다가 동업자이자 경리책임자였던 프랭크 로빈슨(Frank M. Robinson)이 심플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두 가지 주재료의 이름을 묶은 다음, 콜라의 K를 C로만 바꿔서 작명을 한 거지요.

 

문제는 이 음료가 매우 맛이 없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외면을 한 건 당연한 일. 어떻게 하면 판매를 늘릴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던 팸버튼은 자신이 개발한 원액에 탄산수를 섞어봅니다. 그랬더니 달콤 시원한 맛에 톡 쏘는 느낌이 가미된 전혀 새로운 무엇이 태어납니다. 청량음료의 제왕이라 불리는 현재의 코카콜라가 탄생한 겁니다.

 

 

 

 

 

1887년이 되면 역시 약제사이자 명민한 사업가였던 아사 캔들러(Asa Candler)가 2,300달러에 코카콜라의 제조법과 판매권을 사들입니다. 이때부터 판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림 1>에 당시의 코카콜라 광고가 나와 있습니다. 카피를 읽어보면 두통을 치료하고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이상적인 두뇌강장제(ideal brain tonic)”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코크의 성분은 거의 비슷하니 명백한 과장광고임을 알 수 있겠지요?

 

탄생한지 백 수십 년이 지났지만 코카콜라의 제조법(recipie)은 비밀에 싸여 있습니다. 애틀랜타의 코카콜라 박물관 ‘월드 오브 코카콜라’ 금고에 꽁꽁 숨겨져있다고 합니다. 이런 비밀주의 때문에 코카콜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루머가 떠돌아 다닙니다.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한, 마약 성분인 코카인(cocaine)이 미량 함유되어 있다는 황당한 헛소문이 대표적이지요.

 

또 하나 그럴싸하게 퍼진 것은 콜라 원액은 오직 미국 본사에서만 만든다는 가짜뉴스입니다. 그 원액을 각국의 병입공장(甁入工場 : bottling plant)에 독점적으로 제공하는데, 이들 공장에서 하는 일이라곤 거기에 물과 액상과당, 카라멜 색소, 탄산가스 등의 성분을 추가, 희석한 후 병에 담는 작업 뿐이라는 거지요. 모두가 루머입니다. 각국의 지사에서 콜라원액을 만들뿐 아니라 그걸 완제품으로 출고하는 공정까지 전담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콜라 원액의 재료 배합비율과 조리방법에 관한 정보만이 지식재산으로 분류되어 엄격한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세계적 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Interbrand)는 해마다 세계 100대 브랜드(Global Brand)를 발표합니다. 브랜드 자산(Brand Equity), 즉 특정 브랜드가 얼마나 인기가 높고 마케팅 파워가 강한가 하는 순위를 정하는 겁니다. 코카콜라는 2013년 애플(Apple)에 1위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10년 연속 해당 순위에서 최고봉에 올랐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팔리는 청량음료이기 때문입니다. 한 해에 무려 470억병이 팔립니다. 세계 인구가 79억 정도 되니까, 한 사람 당 1년에 여섯 병 가까이 마시는 셈입니다. 이 브랜드가 단순한 청량음료를 넘어 미국식 자본주의와 문화의 강력한 상징으로 명성을 떨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2.

코카콜라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은 경제대공황이 본격화된 1930년대 초였습니다. 이 시기에 이 브랜드가 결정적 도약을 한 것은 역설적으로 가혹한 불황 때문이었습니다. 쓰리고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달래주는 존재가 대중들에게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5센트만 주면 살 수 있는 짜릿한 청량음료 한 잔을 통해 잠시라도 현실을 잊고 싶었던 거지요. 특히 1931년부터 광고대행사 다시(D'Arcy)가 산타클로스(Santa Claus)를 모델로 하는 대대적 광고캠페인을 펼치는데, 이것이 오늘날 코카콜라 전설의 출발점이 됩니다.

 

크리스마스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존재는 아마도 산타클로스일 겁니다. 산타클로스의 기원은 기원 후 3세기 경 소아시아 파타라(Patara)에서 출생한 성 니콜라스에서 비롯됩니다. 터키의 성직자였던 이 사람은 평생 아이를 사랑했고, 아이들 모르게 창문으로 선물을 넣어주기를 좋아 했다고 합니다. 이 전설이 북유럽에 전해졌다가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어오면서 미국에도 퍼져나간 거지요. 산타클로스(Santa Claus)라는 이름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성 니콜라스 (St. Nicholas)라는 이름을 네덜란드어로 잘못 표기하면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산타클로스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하얀 수염을 기르고 언제나 웃는 표정의 뚱뚱한 할아버지일 겁니다. 오늘날 세계 공통의 이미지로 굳어진 이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한 것이 다름 아닌 코카콜라 광고였습니다. 1931년, 당대의 천재 일러스트레이터 헤이든 선드블롬(Haddon Sundblom)의 손에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모습의 산타클로스가 처음으로 탄생한 거지요. <그림 2>를 한번 보시지요. 당시 미시시피 주 멤피스에 있던 코카콜라 공장의 사진입니다.

 

 

 

 

가두광고용 자동차 위에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를(A Merry Christmas to All)”이란 캐치프레이즈를 적어놓았습니다. 전면에 코카콜라 직원과 경찰관들이 서있습니다. 그리고 뒤편 입간판에 커다란 흰 수염 할아버지 모습이 보일 겁니다. 털 달린 모자와 외투, 널찍한 가죽벨트를 맨 산타클로스입니다.

 

코카콜라는 이 캐릭터를 내세워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The Saturday Evening Post)>, <레이디스 홈저널(Ladies Home Journal)>,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등 당대의 유명 잡지에 대대적 광고캠페인을 펼칩니다. <그림 3>이 1931년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실린 첫 번째 코카콜라 산타클로스 인쇄 광고입니다. 헤이든이 멤피스에서 그린 간판 그림을 레이아웃만 살짝 바꿔 광고화시킨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My Hat's off to the pause that refreshes”란 헤드라인은 세련된 중의법(重義法) 문채를 채용했습니다. 여기서 'My hat's off'는 (왼손으로 허리춤의 모자를 누르고 있는) 비주얼에서 보듯이 아이들에게 열심히 선물을 전해주던 산타클로스가 모자를 벗고 잠시 쉰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관용구는 ‘존경을 표하기 위해 모자를 벗다’는 뜻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의역해보면 ① “상쾌한 휴식에 경의를!” 혹은 ② ”이 상쾌함을 즐기기 위해 잠시 쉬세요“ 정도의 뜻이 되겠군요.

 

 

 

 

 

 

아시다시피 크리스마스는 기독교 문화권 최고의 명절입니다. 가족들이 모여 선물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는 날이지요. 그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따스한 톤 앤 매너(tone & manner)가 작품 전체에 가득합니다. 이 광고가 불경기 속 크리스마스 맞은 대중들의 마음을 얼마나 위로했을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코크는 언제나 산타클로스 광고를 내보냅니다. <그림 4>는 이듬해인 1932년 크리스마스 때 집행된 광고입니다. 아이들이 잠든 밤에 몰래 방문한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 ‘지미(Jimmy)'란 꼬마가 쪽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코카콜라 병으로 눌러놓은 종이 위에 비뚤비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어놓았네요.

 

“산타 할아버지, 여기서 (코카콜라 마시고) 잠시 쉬다 가세요(Dear Santa. Plesae Pause Here)"”.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의 두근거림과 크리스마스 이브의 따스한 정경을 이보다 생생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일러스트레이션도 멋지고 카피도 좋습니다.

 

 

 

 

 

3.

이후 다시(D'Arcy)는 정교한 전략 아래 수십 년에 걸친 산타클로스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역시 헤이든 선드블롬(그림 5)이 주역이었습니다.

 

 

 

 

 

그는 1964년까지 무려 33년간 해마다 다른 스토리를 설정하여 78 종류의 산타클로스 일러스트를 그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스토리가 달라도 레드(red)와 화이트(white)의 주색조(主色調), 활자체, 콜라병의 위치 등 통일적 레이아웃 정책(layout policy)을 유지시킵니다. 이를 통해 코크만의 이미지빌딩(image building)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되는 거지요.

 

코카콜라가 창조한 산타클로스 이미지는 빠르게 주위로 퍼져나갑니다. 영화, 크리스마스카드, 심지어 구세군 냄비를 위한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코카콜라 산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1947년에 상영된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나탈리 우드가 주연으로 나와서 대 히트를 친 영화지요. 여기에 등장하는 산타클로스 이미지를 보십시오. 코카콜라 광고에 나온 산타를 그대로 옮겨왔음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그림 6).

 

 

 

 

 

산타클로스 캠페인은 막대한 규모의 광고비로 계속 집행됩니다. 그만큼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지요. 모자를 쓰고 빨간 색 외투를 입은 인자한 할아버지가 코카콜라를 세계 최고 브랜드로 키운 일등공신이 된 겁니다. 동시에 이 캠페인 덕분에 코카콜라 산타는 온 세상 산타할아버지의 표준이 되어버렸습니다.

 

21세기를 맞아 광고미디어 생태계가 디지털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 크리스마스 캠페인의 주인공도 오래 전에 북극곰으로 바뀌었지요. 하지만 코카콜라 산타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아래는 2010년에 집행된 코카콜라 모바일 광고의 첫 화면입니다(그림 7). 세상에 나타난 지 80년이 지났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정정하십니다. 광고는 문화를 바꾸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입니다. 그 같은 광고의 위력을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 제가 늘 코카콜라 산타클로스 캠페인을 사례로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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