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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의 생활여행] 조용한 축제

 

 

 

진짜 봄이 온다. 세상을 색색으로 물들이는 봄이. 이맘때쯤이면 사람들은 봄꽃 개화 시기 지도를 펴고 발을 동동 구르지만 봄은 남쪽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온다. 마침내 시린 겨울을 보낸 이들 앞에서 봉오리를 틔우고 고운 잎을 펼쳐낼 때, 모두가 기다리던 봄은 시작된다.

하지만 축제는 없다.

 

봄이면 늘 수도권을 들썩이게 하던 축제들은 어떻게 됐을까.

황홀한 노란빛 양평 산수유·한우 축제와 이천 백사 산수유꽃 축제, 산자락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부천 원미산 진달래 축제, 아름드리 벚나무 이백여 그루가 수원 팔달구 일대를 화사하게 빛내주는 경기도청 벚꽃축제는 모두 취소됐다. 3년 연속 경기관광대표축제로 선정되며 진분홍빛 철쭉동산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문화예술행사를 펼치던 군포 철쭉축제도 3년째 조용하다.

친구, 가족, 연인이 가볍게 가까운 동네로 나가 봄꽃을 맞이하고 버스킹 공연과 마술쇼를 관람하며 지역 생산품을 구경하다 먹거리를 실컷 즐기는 축제들은 3년째 빗장을 내걸었다. 무엇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인 시기에 축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었고, 각 지역마다 몰려들 인파가 두려워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그래도 올해는 지난 2년과 다르다. 제주, 대구, 태안 등지에선 예년보다 작게 축제를 진행하고, 에버랜드, 아침고요수목원 등에서도 조심스레 축제를 개최한다. 침묵을 지키는 지역들도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명소에 사람들이 몰릴까 전전긍긍하며 길목을 폐쇄하고 통행을 막던 지난 2년과 달리, 길은 열어둔다. 오는 사람은 막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축제로 생계를 유지하던 상인들과 시민들의 반발에 정부의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결과이며, 2년 남짓 길고 긴 겨울을 보낸 이들에게 꽃길까지 막는 건 무리라는 이유다. 여의도와 석촌호수의 벚꽃도, 응봉산 개나리도, 서래섬 유채꽃도 조용한 봄을 맞이하지만 꽃길은 걸을 수 있다.

 

‘주변에 확진자가 없으면 왕따’라는 우스갯소리는 이제 ‘지금까지 코로나-오미크론에 걸리지 않았다면 슈퍼 울트라 초 가디언 종족이거나, 이전에 이미 걸렸는데 모르고 지나갔거나, 비 사이로 막 가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안 걸리기보다 걸리기가 훨씬 쉽다는 말이다. 절정에 이르면 결말이 보이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애타게 기다리던 봄을 맞이하러 거리로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울이 유난히 힘들었던 만큼 꽃 피는 봄은 특별하다. 온 세상이 새로 움트고 꽃피우는 시기에 열리는 축제는 어느 때보다도 생기가 넘친다. 하루하루 피부에 닿는 봄을 가늠하던 사람들도 집 앞에서 살랑살랑 나부끼는 봄을 마주하고 꽃길을 거닐며 삶을 향유한다.

 

올해도 신나는 축제는 없다. 하지만 얼어붙은 2년이 지난 후 곧 찾아올 새 봄을 그리며 꽃길을 걸어보자. 봄꽃축제는 없어도 봄은 찾아오고 꽃은 피어나며, 삶은 그 자체로 축제니까.

조용한 축제에선 마스크 안으로도 꽃향기가 스며든다./자연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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