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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계파정치는 배격해야 할 존재?

  • 신율
  • 등록 2022.07.20 06:00:00
  • 13면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 지난 17일,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언급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이재명 의원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기는 하다. 그는 당내 “계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가, 계파를 배격하겠다는 본인의 의지 때문인지, 아니면 비주류이기 때문에 계파를 갖기 힘든 환경이었기 때문인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계파정치란 배격돼야 하는 “부정적 존재”만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계파정치는 민주적 정당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같은 정당이라고 해서 반드시 똑같은 생각을 해야 하고,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적 정당이라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맞고, 같은 입장이나 생각을 가진 이들끼리 무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상당수 국가나 일본의 정당에서도 계파가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계파의 존재가 영국 민주주의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영국은 내각제 국가의 대명사이지만, 양당제하에서 내각제를 한다는 것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내각제는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행정부를 꾸리는 권력구조다. 즉, 입법 권력이 행정부를 구성해,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이 융합되는 권력구조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각제는 자칫 독재로 흐를 수 있다. 하지만 내각제를 하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다당제이기 때문에, 내각제를 하더라도 독재로 흐를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다당제하에서 내각제를 하면, 특정 정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획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정이 필수적이다. 이렇듯 다양한 정당들과 연정을 할 경우, 특정 정당이 독주할 가능성은 없다. 또한 연정을 통해 소수의 목소리도 국정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제보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훨씬 잘 구현할 수 있다.

 

반면 양당제하에서 내각제를 운영하면, 특정 정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하기 때문에 독재로 흐르기 쉽다. 한마디로, 영국도 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영국이 독재로 흐르지 않는 이유는, 뿌리 깊은 민주주의 전통과 보수당과 노동당 내부에 존재하는 계파 덕분이다. 즉,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독자적으로 행정부를 꾸린다고 하더라도, 해당 정당 내부의 다양한 계파들이 수상을 견제하기 때문에 독재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계파는 민주주의를 오히려 강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또한 정당 내부의 다양성과 민주성도 계파의 존재를 통해 잘 표현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복수를 하지 않겠다는 명분은 좋지만, 계파정치를 배격하겠다고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 속에서 타협과 양보의 미덕을 보여주겠다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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