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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늘공’의 님트와 핌트…철밥통은 안녕하십니까

직장생활은 ‘보고로 시작해 보고로 끝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제때 업무의 결재권자에게 말해주는 것은 업무의 방향성 확인,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경기도교육청 자유게시판(교직원)에 ‘경기도교육청! 제발 성폭력. 성추행은 이제 그만’ 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작성자 A 씨는 “지난해 한 교육지원청 경영지원과장의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 해당 과장은 학교 근무 시절 회계 문란으로 징계처분을 받았고, 음주운전 경력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성폭력 사건이 예견된 사람이 평생과장을 거쳐 단독과장으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날 이후 나흘이 지났지만 게시글에 대한 내용이 내부 윗선까지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자는 평소 보고문화에 있어서 공직사회도 여느 직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일을 진행함에 있어 나중에 일이 어긋나더라도 보고를 통해 즉시 수정이 가능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만큼 보고라는 것은 직장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취재 중간 교육청 담당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감사실에서는 게시판 확인을 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일관성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유게시판은 전 부서가 확인한다”, “아마 감사실에서도 확인했을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니 “게시판 글을 본사람은 많지만, 따로 보고하거나 윗선에 알리진 않았을 것이다”라는 의문이 남았다. 기자의 질문이 계속되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따로 확인 하지 않는다.”

 

도교육청은 그간 직위를 이용한 성비위 사건으로 곤혹을 치렀다. 2021년 기준, 최근 4년간 시·군 교육지원청별 공무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성비위 행위는 총 80건에 달한다.
 
이럴 때마다 미봉책이지만 도교육청은 성폭력·성추행 관련 교육을 실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것은 물론, 관련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무원 사회에 꽤 오래전부터 ‘늘공’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공채로 들어온 직업공무원인 ‘늘 공무원’의 줄임말 이다. 반대로 ‘어공’이라는 말도 있다. 특채된 별정직 공무원인 ‘어쩌다 공무원’이 있다.

 

민선 5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당선된 지 얼마되지 않으니 현재 도교육청에는 늘공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선거 직후 인지라 인사가 마무리 전이니 어공들이 유입 전인 것이다.

 

늘공은 ‘복지부동’을 떠올리게 한다. 시키지 않으면 어떤 일도 하지 않으며 무사안일(無事安逸)을 꾀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책임질 일도 없다는 자세를 취한다.

 

그동안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소극적인 자세가 끊임없이 비판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건도 그렇게 생각이 든다.

 

공무원이 임기 중 민감결정을 미루는 행태를 님트(NIMT; Not In My Term)라고 한다. 역으로 임기 중 반드시 생색내겠다는 핌트(PIMT; Please In My Term)도 있다. 모두 공무원의 무사안일한 행정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소극행정은 무사안일, 복지부동, 상명하복 등 구시대적 조직문화의 산물이며, 낡은 인사제도에 의해 유지된다.

 

결국 성공 정책도 실패 정책도 사람이 만든다. 늘공들은 곧 유입될 어공의 경계를 넘어서 이제는 적극행정으로 학부모, 학생, 교사 등 모두가 행복한 정책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이나 교육감이나 맡은 바 자기 책무를 충실히 다할 때 교육행정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이것이 적극행정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가치다.

 

지금이야말로 사회 변화에 발맞추는 교육행정체계를 구축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적기다. 언제까지 ‘철밥통’으로만 살아갈 것인가.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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