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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복지 사각지대'…'수원 세 모녀'의 비극

서류상 주소지·실 거주지 달라 지자체 발굴 어려워
김동연 “도지사 ‘핫라인’ 운영”, 윤석열 “특단 조치 필요”
현행 복지 제도 면밀히 점검, 잘못된 체계 개선 등 목소리도

 

'복지 사각지대' 속 건강 문제와 생활고를 겪다 삶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 사건 관련, 보다 촘촘한 복지 시스템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23일 경찰과 지자체에 따르면, 전날 수원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ㄱ씨와 40대 두 딸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정황증거 등을 토대로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모녀는 모두 투병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었고, 두 딸도 희귀 난치병 등을 앓고 있어 일상생활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며 병원비, 빚, 월세 등 경제적 어려움까지 고된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서 발견된 ㄱ씨가 남긴 유서에는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려웠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 모녀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추모의 글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 2014년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와 두 딸이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연상된다며 여전히 반복되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지적하는 글도 다수 눈에 띄었다.

 

세 모녀는 '복지 사각지대' 속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2020년 2월 화성에서 수원의 현 거주지로 이사를 했음에도 전입 신고를 하지 않았고,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에 지자체의 도움의 손길 역시 닿지 못했다.

 

화성시는 세 모녀가 건강보험료를 16개월간 체납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3일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방문했지만, 실 거주지가 아니라 이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수원시도 자체조사·제보 등을 통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하고는 있지만, 전입신고가 돼 있지 않아 실질적으로 이들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사회보장시스템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존한 '복지 사각지대'에 이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셈이 됐다.

 

 

정치권에서도 뒤늦게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재발 방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세 모녀의 명복을 빌며 "벼랑 끝에 선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핫라인'(직통전화)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복지정보시스템도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주거지에서, 이전해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중앙정부에서는 이 분들을 잘 찾아서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자치단체와 협력해 이런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국민들을 각별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 체계를 점검하고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복지단체들은 기존의 복지 제도를 면밀히 점검하는 것과 동시에 잘못된 체계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복지시민연대 김미순 상임활동가는 이날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관련해) 제도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가장 문제는 복지 전달체계"라면서 "이 부분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의 기초생활수급 신청 체계에서 집과 차의 보유 유무로 선정이 좌절되는 상황 등을 설명하면서 대상자의 실질적인 수입을 연동해 살펴보는 전산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수원 관내에 위치한 해다온복지협회 관계자는 “화성에 있는 직원이 (ㄱ씨 주민등록상 주소지에) 가서 부재중이라는 것까지 확인을 했고 실제 거주지가 어딘지 알 수 있는 건데 거기에서 멈췄다”며 “지자체들 사이에서 한 번 연락해서 확인하면 알 수 있는 부분일 텐데 그게 잘 안 넘어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순환근무 등 공무원 조직 특성상 매뉴얼(지침)을 철저히 따를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이러한 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복지 관련 사업 관련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지만, 정작 필요한 당사자들이 체감하지 못해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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