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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뿌리산업 최고기술 ‘제로’…이대로는 안된다

뿌리산업 분야 ‘청년 인재’에 강력 인센티브 제도 필요

  • 등록 2022.09.28 06:00:00
  • 13면

우리나라에 뿌리산업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기술이 단 한 가지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다. 뿌리 기술 14개 분야는 일본이 9개, 미국은 5개의 최고기술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 수준에서도 우리와 일본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으로 분석돼 씁쓸하기 짝이 없다. 자동차·조선·생활가전·로봇 등 우리 주력산업과 신산업 제품의 근간이 되는 핵심 차세대 공정 기술인 뿌리 기술의 피폐는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위험신호다. 뿌리산업 육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한국에 세계 최고의 뿌리 기술이 전무하다는 사실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이 국민의힘 구자근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산기평의 ‘2022년 뿌리산업 기술 수준 추가 조사’(2022.6)자료에는 2021년 0.7년이던 한국과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1년 사이에 오히려 0.6년이나 더 뒤처진 1.3년까지 벌어졌다는 사실도 포함됐다. ‘화이트리스트’ 갈등 이후 형식상 절치부심하는 모양새였음에도 일본을 따라잡기는커녕 오히려 격차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 뿌리산업은 3만553개 사업체, 49만 명 종사자에 매출액은 152조 7233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번 산기평의 기술 수준 평가 결과 최고기술국인 일본을 100점으로 칠 때 미국은 99.3, 유럽 97.0, 한국 89.0, 중국 81.4점 순이었다. 기술 수준이 특히 낮은 한국의 하위 3개 분야는 로봇(83.2%), 산업지능형 소프트웨어(82.8%), 센서(80.9%) 등으로 평가됐다. 수준이 비교적 높은 상위 2개 분야는 용접·접합(92.0%), 사출·프레스(90.3%) 정도였다.

 

우리 뿌리산업의 맹점은 고령화·저숙련 현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뿌리산업의 20대 이하 청년 인력(10.3% 5만2126명)은 50대 이상 인력(24.8% 12만5165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뿌리산업의 석·박사급 인력도 고작 1.0%(4만3241명)로서 기술혁신을 이끌 고급인력이 타 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국회와 정부는 이미 10여 년 전에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외견상 ‘기술 강국’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지원금은 429개 사에 138억9천만 원으로서 기업당 겨우 3000만 원 수준이었다. 정치인들이 말로만 ‘뿌리산업 진흥’을 외치면서 실질적인 조치에는 인색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뿌리 기술을 획기적으로 증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재들을 유인할 대책이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청년 인재를 끌어올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외국인들도 기술 인력으로 양성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산・학・관・연이 협력하여 뿌리산업 관련 교육・훈련과정을 개발하고 뿌리 기술 전문교육을 실시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데는 최소한 이견이 없다. 정치권이 작정하고 나서야 한다. 뿌리산업, 뿌리 기술 진흥을 위한 특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에 앞서가지 못하면 미래가 없는 세상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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