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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사의 '공감숲'] 후진국형 재난에 예방은 없었다

  • 신훈
  • 등록 2022.11.01 06:00:00
  • 13면

 

 

10월의 끄트머리에서 청춘 154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지경이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 뿐이다. 정부는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최우선 순위의 수습을 강조했다. 하지만, 예방할 수 있었던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다. SBS는 지난 28일, “경찰이 핼러윈 기간 동안 총 30만 명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알고 있었다. 사전 통제 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사건 발생 하루 전, 28일에도 이태원엔 사람이 엄청 많이 몰렸다. 참사 조짐이 있었다(연합뉴스, 2022.10.30.). 압사 사건 당일, 이태원엔 서울시장은 물론이고 용산구청장, 용산지역구 국회의원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행정은 부재중’이었다. 2021년 핼러윈 축제엔 17만 명이 몰렸다. 지자체 공무원과 경찰 4600명이 투입됐었다. 올핸 200여명 투입. 인원 통제 인력이 아닌, 마약 단속 병력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고요.”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 29일 밤부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국민이 바보가 된 순간이다. NYT, WP, WSJ, CNN 등 외신은 일제히 "좁은 지역에 10만 명, 군중 통제 없어"라고 문제를 지적했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안전한 대한민국’ 이미지가 무너져 내리기 전, 전조 현상들이 있었다.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선 20대 여성근로자가 소스 배합 작업 중에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23일엔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샤니 공장에선 40대 남성근로자가 기계에 검지가 절단됐다. 25일엔 대구 매천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6일 봉화 광산에선 광부들이 매몰됐다. ‘인간 존중’을 도외시하는 제도, 관습, 인식 등에서 문제점들이 발생한 것이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재난을 폄하하는 뉘앙스의 기사를 내보냈다. 서울발 뉴욕타임스는 “생명을 앗아간 인파로 윤석열 대통령은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Deadly crowd surge is yet another trial for South Korea’s President Yoon.)”고 지적했다. 가계와 기업에선 인재(人災) 속에서 ‘각자도생’의 기류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인간 존중’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생명’을 존중하는 시민의식마저 시나브로 퇴조하는 분위기다. 국민은 이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명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이슈가 발생하고 난 뒤에야 관심을 갖는 위기관리.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국민, 정부, 언론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위기관리의 중심엔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 리더십이 바로 서야 공직기강이 바로 선다. 대통령의 사저 출퇴근, 꼬리를 무는 실언, 퇴근 후 음주 논란 등이 해소돼야 한다. 청와대 이전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관해서도 정직한 분석과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무원의 기강은 해이해질 수밖에 없다. 공직기강 해이로는 국가의 위기를 예방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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