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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우리는 위험 사회에 살고 있다!

  • 신율
  • 등록 2022.11.18 06:00:00
  • 13면

 

 

요사이 우리나라를 보면, 감정이 정치와 사회를 지배하는 것 같다. 그것도 “완전히” 지배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성직자가 입에 담지도 못할 언어를 퍼붓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성직자마저 증오의 늪에 빠졌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균열이 얼마나 깊고 심각한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신과 다른 견해, 다른 이념적 지향을 가진 이들을 증오하는 것이 정의의 구현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정치는 선과 악을 구분하는 과정은 아니다. 정치는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수단도 아니다. 정치는 권력적 현상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정의를 말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것은, 권력을 잡기 위함이다. 권력을 잡으려면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잡고 난 이후에는 이념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념은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일 뿐, 이념을 위해 권력을 잡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권력은 국민 모두의 견제 대상이고, 비판의 대상이어야 한다. 견제 없는 권력은, 문자 그대로 고삐 풀린 괴물이 될 것이다. 권력이란 타인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견제와 비판을 증오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증오는 감정의 산물이지만, 견제와 비판은 이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견제와 비판을 통해 정치인들의 권력 지향을 잘 이용해야 한다. “타도”는 감정적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이용”이라는 단어는 이성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한마디로,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이용의 대상일 뿐, 추종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또한 “증오하면,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감정적 요소를 통해 이성적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가 감성화되면, 정치적 권력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게 된다. 감성화된 정치는 정의를 착각하게 만들고, 상대의 제거가 정의의 구현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는 사라진다. 일부는 민주주의를 해치는 적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타도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구현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민주주의를 해치는 존재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망각한 생각이다. 민주주의는 상대를 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생각해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도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민주적 사고를 내면화하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어렵사리 쟁취한 민주적 제도도 망가트릴 수 있다. 사고가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는 이성적으로 정치 과정을 판단해서, 우리의 정치와 사회를 괴물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지만, 괴물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정치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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