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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식 칼럼] ​경쟁 지경학의 시대

 

 

미얀마 사태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으로 한계를 드러내었던 아세안이 최근 아세안 플러스 3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캄보디아 프놈펜), G20(인도네시아 발리), APEC(태국 방콕) 등 열흘 동안에 걸친 연속 국제회의의 개최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본 회의보다는 그 전후에 벌어지는 각국 정상들의 개별 회담에 시선이 더 집중되었고, 미중 정상회담은 그 중 백미를 장식하였다.

 

미중 양국은 그간의 팽팽하였던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고 경쟁(또는 협력) 관계로 나아갈 것임을 표명하였다. 또 3년 만에 한중 정상회담도 개최되었다. 미중 양국 사이에서 외교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우리에겐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중국과의 신냉전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확언함으로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짙어지던 신냉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였다. 앞으로 세계질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향후 세계 질서를 이끌어 갈 패러다임은 경쟁 지경학으로 수렴할 것이다. 과거 신자유주의가 주도한 세계화 시대에서는 안보와 경제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세계 각국은 절대적 경제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고, 국가 간 상호 의존을 경제적 효율성의 증대라는 목표를 용이하게 하는 자원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경쟁 지경학의 시대는 세계화의 틀 속에서 경제의 안보화가 주된 특징이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 상대적 경제 이익을 중시할 것이고, 국가 간 상호 의존을 안보 위험의 증가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다. 바야흐로 협력의 틀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쟁 지경학의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연합은 러시아 및 중국과 디커플링 전략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지만, 독일의 숄츠 수상은 G20 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전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였다. 숄츠는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기존의 경제적 상호 의존 관계를 유지하려는 실용 외교를 우선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갈등이 아닌 경쟁”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세계 경제와 긴밀한 상호 의존 관계에 있다. 따라서 지경학적 경쟁 상황을 지정학적 대결 상황으로 과대 오인하면 치명적인 국익 훼손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경쟁 지경학의 시대에 필요한 전략은 지경학 중력의 법칙과 안보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안보 위험을 지나치게 앞세워 경제적 발전의 토대를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지나친 경제적 상호 의존이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가치보다 실용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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