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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고성(孤聲)] “아니오”를 외칠 수 있는 교육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상위 순위에 들어갈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정치와 경제 성장 그리고 분배를 이루고 있는 유럽의 리더 국가다. 시민의 의식도 높아 새벽 시간에도 교통 신호를 지키고, 자발적 자원봉사 조직이 전국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부동산, 주식에 열광하기보다는 저축에 집중하고, 총리도 퇴근 후에는 마트를 가는 시민으로 돌아가는 나라가 독일이다.

 

몇 년 전 베를린 공항에서 프랑스행 항공권을 구매한 뒤에야 일행 중 한 명이 태블릿 PC를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을 알았다. 시간도 상당히 지났고 복잡한 베를린 공항이니 포기하고 있는 순간 독일인 택시 기사가 태블릿을 들고서 나타났다. 택시 안에서 일행이 프랑스 이야기하는 것을 기억하고 프랑스행 게이트로 급히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너무 고마워 사례를 하려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며 당연한 일을 했다고 기사는 조용히 사라졌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들이 한때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2차대전의 전범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베를린 시내 중심의 브란덴부르크 문 남쪽에는 엄청난 광장에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 있다. 크기가 각기 다른 검은 콘크리트 비석이 2,711개가 격자 모양으로 늘어서 있어 안에 들어가면 저절로 숙연해지는 장소이다. 과연 어느 국가가 수도 한복판에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는 랜드마크를 만들어 놓고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을까. 반세기 만에 분단된 국가를 통일하고, 2차대전의 피해국들에는 병적일 정도로 사과하고 반성하는 국가. 다양한 이념 정당들이 연합하는 안정된 연정체제 정치와 팬데믹 상황에서도 경상수지 흑자에 난민 수용에도 적극적인 국가이며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가 보장되는 국가. 이 국가는 왜 이렇게 잘하는가?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존 캠프너의 『독일은 왜 잘하는가』(2022, 열린책들)에서 그 해답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메르켈 전 총리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만 아는 우리에게 저자는 오늘의 독일을 있게 한 것은 교육이라고 단언한다. “오늘날 독일 학교는 시민의 용기(Zivilcourage)라는 개념을 가르치고 있다. 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이제 학생들은 마땅히 그래야만 할 때 스스로 생각하고, ‘아니오’라고 외치고, 용기 있게 저항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독일의 성숙한 모습은 ‘아니요’를 외칠 수 있는 교육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우린 이런 교육이 아닌 반대의 교육만을 해 온 것이 아닐까.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무더기로 압사당해도, 대통령이 외교 실수를 해도, 남북관계가 파탄이 나도, 일본이 재무장해도, 방사능 오염수가 배출돼도, 난방비가 터무니없이 올라도, 경제가 망가져도, 대놓고 당대표를 지명해도…. 아니, 꼭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들이 ‘아니오’를 못한다. 고관들, 언론인들, 판검사들, 정치인들 그리고 지식인들. 어쩌냐 독일이 부러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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