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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의 소통풍경탐구] 소통의 언어 풍경: 한국은 다언어 사회인가

 

 

다양한 공간에 스며든 다국어

열차 차창을 통해 먼 산의 풍경을 보고 있는데 다음 정차역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알려준다. 여러 외국어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문득 우리 사회가 다국어 사회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간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의 소통 언어적 풍경이 다언어 상황이었던가.

 

운전을 하면서 또 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도로 표지판을 보게 된다. 한글, 영어, 중국어 한자가 병기되어 있다. 전철 역의 역명 표기에도 그렇게 표기되어 있다. 전철 안에서도 다음 정차역 안내를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으로 듣게 된다. 내릴 때 열차와 플랫폼 사이에 발이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도 영어가 함께 나오고 있다.

 

사회의 다양한 공간에서 다국어가 이렇게 쓰인다. 우리의 언어 생활이 이렇게 다양한 외국어로 실제로 소통할 수 있다면 다언어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다언어로 소통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조선에서 지배적인 문자 생활은 양반 중심의 한자와 한문이었다. 대다수 백성들은 문자로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글이 창제되고도 오랫동안 한자가 주요 소통 수단이었다. 그러다보니 신문에서 사용한 언어도 한자로 시작해서 한글을 병용한 국한문 혼용체가 지배적이었다. 한글로 기사를 작성한 독립신문이 있었지만 한글 전용의 기사가 자리를 잡은 것은 80년대 후반이 되어서다. 최근에는 영어식 표현을 함께 사용한 언론 언어가 특히 방송 매체를 중심으로 퍼져 있다.

 

다국어 소통의 불통과 공공언어

일상에서 한자어나 한자를 한글로, 영어를 한글로 사용하기도 한다. ‘學校’를 ‘학교’로, ‘세계적인’을 의미하는 ‘global’을 영어 알파벳 그대로 쓰거나 ‘글로벌’ 식으로 말이다. 거리의 수많은 간판들도 그러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다양한 외국어로 소통이 가능한가 묻는다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나 전철역에서 길을 물으면 한국어 외에는 소통이 거의 되지 않는다.

 

언어 소통의 또 다른 풍경이 있다. 우리는 이런저런 ‘조각’ 외국어를 섞어가며 얘기하고, 우리말을 경시하는 듯한 언어 사용을 본다는 것이다.

 

대표적 정치인이 ‘거번먼트 인게이먼트가 레귤레이션이다’ ‘23년 어그레시브하게 뛰자’고 공공적 상황에서 말을 하고 방송에서 보도된다. 얼마 전에 새로 정문을 다듬으면서 ‘Seoul National University’라는 영문 학교명만 이 대학 정문 입구 벽에 새겼는데 최근에 ‘서울대학교’를 영문과 함께 병기했다는 소식도 있다.

 

언어는 민족이나 국가의 정체성이다. 우리의 언어환경이 이렇게 풍부하고 다양하면 ‘글로벌’하겠지만 정확하게 소통하는 언어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언론 매체, 교육 분야, 정치인의 정확하고 소통하는 공공언어 사용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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