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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의 촌스러운 이야기] 가평군청의 오래된 듯 아름다운 새 안내판

 

가평군청 본청 실내 안내판이 얼마 전 바뀌었다. 그런데 왠지 새것 같지 않고, 때가 묻은 것 같기도 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안내판 한쪽에 이런 문구가 있다. “이 안내도는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업사이클하여 만들었습니다.” 이 문구를 보자 새 안내판이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알았고, 이어서 이전에 보도됐던 기사의 제목들이 연이어 떠올랐다.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 세계 3위”, “1인당 섭취 미세플라스틱, 매주 신용카드 1장 분량”, “2025년 인천시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 종료”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는 이제 턱에 차 있다. 해양오염의 주범 중 한 나라로 우리나라가 거명되고,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의 생명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더구나 편하게 갖다 버리던 쓰레기장도 곧 문을 닫고 “앞으로는 너희 집 쓰레기 너희 집에서 처리하라”고 경고까지 받은 상황이다. 이런 연상 끝에 다시 안내판을 보니 재활용 판재의 오래된 듯한 느낌은 마치 고급 한지의 자연스러운 무늬같이 보이기도 했다. 평소 아름다움은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안내판은 그런 자신감이 깃든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이 안내판을 가평군 21개 마을이 연합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과 20여 년간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해 매진해온 사단법인이 협력해 만들었기에 그런 느낌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얘길 들어보니 지자체 안내판을 이렇게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으로 교체한 것은 가평군이 처음인 것 같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판재의 색이나 재질은 기존 새 플라스틱 안내판이 보여줬을 새로 화장한 듯한 느낌은 줄 수 없으니,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 입장에서는 하기 어려운 선택일 것이다. ‘새로 만든 게 왜 저 모양이냐’고 누군가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에 담당 공무원은 얼마나 상처를 받겠는가. 그런 생각이 드는데 누가 선뜻 그 일을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것이기에 더욱 아름답다. 이런 용기 있는 시도는 경기도의 최고봉인 화악산을 비롯해 1천 미터 넘는 산이 즐비하고, 북한강이 흐르는 자연보전권역인 가평군이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6만3천여 명의 주민이 약 1000만 명의 관광객이 버리는 쓰레기를 감당하려면 남다른 쓰레기 재활용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작년 선출된 서태원 가평군수는 가평군민과 함께 “자연을 경제로 꽃피우는 도시, 가평”을 새로운 군정 비전으로 정한 바 있다. 기후재앙 시대, ESG경영이 필요한 시대에 수도권의 물과 공기를 만들고 있는 가평군의 입장에서 의미 있는 군정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군정 비전이 공염불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을 이번 안내판을 보며 갖게 됐다. 교체 비용은 몇백만 원에 불과하지만 그 상징성의 값어치는 그 수만 배에 달할 것이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런 오래된 듯 아름다운 새 안내판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도전을 하는 오래된 아름다운 공무원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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