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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의 '생명'] 게으른 삶을 위한 우리의 책무

 

현 정부의 만행에 가까운 국정 운영은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에 노동 탄압과 국보법 수색에 야당 대표 기획 수사나 삼권 분립 무시는 기본이고, 굴욕 조공 대일 외교에 이르기까지 문제점을 거론하기에도 숨 가쁠 정도다. 그 어느 하나 우리사회를 퇴행시키지 않는 것이 없지만, 무엇보다 69시간 노동 제시에 대한 거센 반발에 주 64시간 등 고육지책을 제시하고 대통령도 주 60시간을 상한선으로 거론하는 등 진화하는 모습이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60시간이란 숫자는 대통령 개인 생각이며, 국민 의견 수렴을 전제로 주 60시간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적대적 노조 정책과 함께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사고방식은 여러 희생 속에 압축 경제성장을 하던 시절로 우리 사회를 퇴행시키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일인당 국민소득을 거론할 것도 없이 K-pop과 네플릭스 작품 등 한국 문화의 국제적 파급력은 놀라울 정도로 급성장했고, 국제 사회에서도 이미 선진국으로 인정되고 있다.

 

분명 소득 증가를 위해 일개미처럼 일하는 것만이 곧 선진국의 모습은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되어 차별 없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되기 위해서는 사람이 노동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이 사람을 위해 있어야 한다.

 

결국 노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선진 서구사회에서 짧은 노동 시간과 긴 휴가는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진정한 가치인 양 포장하는 정부의 세뇌 공작에 길들여지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주입식 가치를 체화시켜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좀비의 삶이다. 열심히 일한 자는 열심히 놀 권리가 있다. 놀기 위해 최소한의 일을 하는 문화가 필요하고, 게으르게 살 권리가 우리에겐 있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고 또 일하게 하는 것은 권력을 쥔 자들의 의도이자 망상일 뿐이다. 노는 삶을 위한 여유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충분조건이라면, 현 정부의 노동 시간 관련 인식이 얼마나 군사독재 시절의 경제개발 발상과 닮았는지 알 수 있다.

이미 1인당 국민총소득 3만5천 달러를 넘은 사회다. 일 적게 하되, 집중해서 일하면서 남은 시간을 삶의 여유를 위해 사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한편, 개인 삶의 여유란 사적인 부분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전제한다. 이에 더해 사람 사는 성숙한 사회를 위해 추가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공사 구분이 확실한 사회문화다. 삶의 여유란 개인의 사적 시간에 대한 존중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공사 구분이 혼재되어 개인 생활 부분까지도 공적 판단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를 본다. 주어진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면 사적 부분에 대해서는 대중의 호기심을 멀리하고 관여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를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로 만드는 길이다. 일을 적게 하고 삶의 여유를 즐기며 개인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문화, 무엇보다 우리 후속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런 문화를 확보하는 것은 우리들의 책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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