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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정해진 미래

 

미래는 알 수 없다. 천억 원을 넘게 들여 만든 슈퍼컴퓨터로 몇 시간 뒤의 날씨 예측하는 것을 자주 틀리고, 앞에 앉아 있는 사람과 몇 분 뒤에 영영 이별하는 일이 생기는 걸 알지 못한다. 한 치 앞을 모르고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 만들어가기 나름이다. 앞날이 정해져 있다면 지금보다 삶의 재미가 덜 할 거다.

 

몇 초 뒤 일어날 일조차 모르지만, 미래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릴 수 있는 분야가 존재한다. 바로 ‘인구’다. 작년에 아이가 몇 명 태어났는지는 10년, 20년 뒤 한국의 모습을 정확하게 말해준다. 최근 출생률이 1 아래였으니 당연한 수순으로 미래에는 인구가 줄어든다. 청년 비중이 적고 노인이 인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 돌입은 필연적이다. 지구상에 이렇게 아이를 적게 낳는 나라는 한국뿐이라 미래 모습을 참고할 나라도 없다.

 

대치동에서 사교육 시장을 개척했던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사교육 시장의 붕괴를 예측했다. 시기는 머지않아 10여 년 뒤쯤이다. 아이가 점차 사라져서 36년 즈음부터는 서울권 대학도 미달이 난다고 말했다. 손주은 회장이 대치동에서 이름을 날렸던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전략적 대입 지원이었다. 당시 서울 명문대 중 어느 대학이 미달 날지를 분석, 예측해서 자신의 학생들에게 전략적으로 원서를 내게 했고, 그게 적중했다. 이번에도 맞출지 궁금할 따름이다.

 

현재는 대학들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어려움에 부닥치는 중이다. 남부 지역에 있는 대학들부터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기 시작했다. 전통의 명문대라고 불리던 부산대, 경북대도 학생 급감에 직면했다. 아직 입학 학생이 미달되는 상황은 먼 나라 일이라고 생각하는 수도권 대학들도 머잖아 남부권역 대학들처럼 될 것이 자명하다.

 

서울권 대학이 학생을 다 채우지 못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대학 입시가 고등학교 입시처럼 바뀔 가능성이 생긴다. 명문이라고 불리는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어린 시절 내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더 많다. 공부를 좀 덜 해도 집 근처 고등학교에 가는 건 무리가 없다. 대학은 다르다. 중하위권 고등학생들에게 인서울 대학에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여만 준다면 열심히 다니겠다던 고등학생 친구들을 여러 명 봤다. 그 친구들이 십 년만 늦게 태어났어도 바라는 대로 대학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친구들과 서울권 대학 미달 이야기를 나눴을 때 모두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보고 배운 게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시험을 치는 것뿐이라 다른 걸 생각하기 어렵고, 미래가 불안해서 지금처럼 사교육으로 기본을 열심히 다져놔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이 노는 걸 좋아하지만 마냥 놀리면 바보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늘날 학교 교육이 대학 입시에 맞춰서 돌아가고 있다면 10년 뒤부턴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가능성이 생긴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장기 비전을 학교에서 제시할 수 있을까. 사교육 없이 학교에만 보내도 아이가 바보로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정해진 미래를 앞두고 백년지대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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