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는 불철주야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의 다섯 가지 감정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자연 속의 좋은 집과 좋은 부모님, 절친과 하키팀 동료들에 둘러싸여 부족한 것 없는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라일리는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도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오면서 모든 상황이 달라지며 뜻대로 안 되게 된다.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를 위해서 어느 때보다 바쁘게 감정들이 신호를 보내지만 우연한 실수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를 이탈하게 되고 되돌아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본부로 돌아오고 라일리는 회복되는데 다섯 가지 감정들은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각자의 위치에서 라일리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된다.
라일리처럼 감정은 인생의 순간들과 함께한다. 슬픔과 절망감을 견디며 한 노력이 쌓여 기쁨과 환희의 순간으로 변한다.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의 기쁨은 시간이 지나 실망과 권태 혹은 날카로운 증오로 바뀌기도 한다.
감정은 환경에 반응하여 발생하는 느낌과 기분을 말한다. 감정을 통해서 인간은 태어난 후 외부환경에 접촉하고 교류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나이가 들고 성숙하면서 다양하게 분화되는데 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의 두려움, 나에게 이로운 상황은 기쁨, 이 두 가지에서부터 다섯 가지 혹은 학자에 따라서 일곱 가지 혹은 그 이상으로 분류한다.
동북아시아 전통 의학에서는 감정을 희, 노, 애, 락 네 가지로 또는 희(기쁨) 노(분노) 우(근심) 사(생각) 비(슬픔), 공(두려움), 경(놀람)의 칠정으로 말한다. 일찍이 칠정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인식하고 기쁘면 기가 이완되고 분노하면 기가 역상하며 슬픈 생각과 근심은 기운을 뭉치게 하여 막히고 소통되지 못한다는 변화하는 현상을 기술하고 진단과 치료에 반영하였다. 또한 일상에서 감정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는 호흡명상, 기공 등의 양생법이 발달했다.
감정을 잘 인식하고 조절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처럼 실재하는 두려움보다 크게 느껴 과도하게 반응하여 회피하거나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감정이 허용되지 않는 환경에서 지나치게 억압하면 무감각해져 위험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감정조절이 잘 안 되어 오래되면 몸과 마음의 질병으로 이환될 수 있고 우리의 행복감과 거리가 멀어지기에 훈련이 필요하다. 감정을 인식하거나 언어적으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는 상태인 감정표현 불능증은 많은 신체화 장애 환자에게 나타나며 다양한 정신장애와 소화불량, 편두통, 위장장애와 같은 신체적인 질병들과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내가 나임을 알 수 있는 존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에 대해서 앞으로 하나씩 살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