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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 아스파탐' 서형원 과천도가 대표 "건강한 酒 문화 만들어지길"

경기도 과천시 '과천도가', 無 아스파탐 관악산 생막걸리·과천미주 제조
서형원 대표 "업체, 가격과 타협하지 말고 유구한 우리 술 문화 지켜야"

'제로' 식품에 첨가되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두고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설탕 200배 이상의 단맛을 내 제로 열풍의 혁신이었던 아스파탐을 최근 국제암연구소(IARC)·세계보건기구(WHO)·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공동 산하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발암가능물질 2B군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2B군은 일상적으로 섭취해도 위험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고도 정통 그대로의 방식을 고수해 온 경기도 내 양조업체 '과천도가'를 찾아 현 상황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소비자가 건강한 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무감미료, 무첨가 원칙'의 서형원 과천도가 대표가 최근 주류 업계에 분 아스파탐 사태를 두고 뱉은 묵직한 한 방이다.

 

관악산과 우면산 사이 남태령 옛길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막걸리 양조장 '과천도가'에서 만난 서 대표(이하 서)는 최근 식품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이슈가 된 아스파탐이 과거 우리나라 술 문화와 연관이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Q. 주류업체가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첨가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가 양조업체를 운영하니 막걸리를 예로 들어 설명해 드릴게요. 우리나라가 매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죠. 아무리 어려워도 밥만 먹고 살 순 없고 일만 하고 살 순 없잖아요. 쉬기도 해야 하고 스트레스도 풀어야 할 때 값싼 술들이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됐고, 싸게 빨리 취해서 잠드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니 술값이 비싸지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죠."

 

"그럼 양조업계는 술을 저렴하게 납품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겠죠. 수입 쌀에 값싼 감미료를 넣게 되면 단가는 내려가고 판매가 늘어나 업체도 이득을 남기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정통 옛날 방식보다는 아스파탐을 사용하게 되는 겁니다."

 

Q. 아스파탐이 들어간 제품과 들어가지 않은 제품의 품질, 맛 차이는 어떤 게 있을까요?

 

서 "우선 최근 아스파탐이 WHO의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된 이상 발암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어요. 무조건 암을 발병시킨다고 말할 순 없지만 개개인이 처한 상황, 환경에 따라 암 발생에 기여하는 물질이 될 수 있으므로 발암 가능성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그런데도 소비자에게 이런 위험 부담을 전가하면서까지 아스파탐을 첨가한 값싼 술을 납품해야 할까요? 저는 옳지 않다고 봐요."

 

"맛의 차이를 말씀드리자면 시간이 주는 미학이 있어요. 막걸리에서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것은 감미료로 절대 표현될 수 없는 다채로움이 있습니다. 쌀은 전분인데, 이걸 당분으로 분해하고 알코올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 좋은 막걸리가 완성되는 일련의 과정을 겪어야 하나의 멋진 작품이 완성되는 건데, 풍미 성분이 전혀 없는 아스파탐으로 우리의 전통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또 기다림으로 얻은 '진짜 술'은 쌀의 잠재된 풍미를 남겨 특유의 단맛과 함께 자연의 신맛 등 대체 불가능한 술 본연의 개성이 가득한 맛을 만들어 낸답니다."

 

Q. 과천도가에서는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어떤 것 때문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아스파탐을 사용하면 가격을 저렴하게 형성할 수 있어서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죠. 그런데 저는 막걸리 제조를 시작할 때 인공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말자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술이 새롭게 부활하자는 마음이었죠."

 

"지역 막걸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막걸리 제조를 시작했지만, 몇몇 막걸리들이 저렴한 수입쌀에 감미료를 넣었다는 것에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막걸리들은 가격이 저렴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가격의 벽도 뛰어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죠. 사실 막걸리 평균 가격이 1리터에 1만 원 안팎이면 와인과 사케와 비교했을 때 결코 높은 가격이 아닌데도 우리 고정관념 속 인식 때문에 다소 비싸다고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래도 처음 마음가짐을 유지하고자 노력했고, 조금 비싸더라도 건강하게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언젠간 소비자들도 이런 노력을 알아줄 날이 올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Q. 이번 아스파탐 사태와 관련해서 제조업체를 포함한 사회에 전달하시고 싶으신 말은?

 

서 "우리가 한국의 것이라고 하는 것들이 문화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인류문화 역사이자, 가치 있는 상품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에 '아무거나' 술이라는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술을 만드는 사람들이 하나의 유구한 유산을 만든다고 자부하고 있어야 해요. 가격에 타협하지 않고 제값을 하는 술들을 만들어 술이라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가치를 낮추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요즘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소비층들은 특별한 소비 패턴을 가지고 있어요. 소위 '부어라 마셔라'가 아닌, '조금 비싸더라도 맛 좋은 것을 제대로 즐기자'는 모습이죠. 늘여 놓고 마시는 문화에서 좋은 술을 가볍게 마시는 문화로 변화하면서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건강한 술 문화가 하루빨리 자리 잡아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이 성장하길 바랍니다."

 

'과천도가'는 2016년 전통주 전문점 별마당을 시작으로 2020년 양조사업에 돌입, 2년 전부터 본격적인 막걸리 판매에 돌입한 신생 양조업체다.

 

50여 명의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자본금을 모아 설립된 과천도가는 지역공동체 참여형 기업으로, 경기미 등 경기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사용해 막걸리를 빚고 있다.

 

서형원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직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소규모 양조장이지만, 지역의 스토리를 담은 막걸리는 특별한 맛으로 지역민을 넘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더욱이 과천도가는 서 대표의 창업 모토인 '건강한 술 문화'에 따라 제품에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최근 화제가 된 아스파탐 논란과 무관해 특히 주목받는 중이다.

 

[ 경기신문 = 이지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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