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핑을 하던 중 우연히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에서 발간한 '2022 과학기술 통계백서'를 접하게 됐다. 우리 국가경쟁력의 한 축인 중소기업을 종합 지원하는 중기부의 일원이며 연구직인 나는 자연스럽게 백서에서 ‘과학기술 성과’ 부분의 ⓵과학경쟁력 ⓶기술경쟁력 ⓷국가경쟁력에 대한 내용을 먼저 살펴보게 됐다.
주요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과학경쟁력은 미국, 독일에 이어 3위이고 기술경쟁력은 19위인데 국가경쟁력이 27위(발전인프라 16위, 경제운용성과 22위, 기업경영효율 33위, 정부행정효율 36위)라고 돼 있었다.
이 결과는 백서 발간 배경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는 과학과 기술경쟁력이 국가경쟁력 향상에 실효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원인을 찾아봤다.
2019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정감사에서 김기선(국민의힘) 의원이 ‘국가 연구개발과제 성공률이 거의 90%에 달하는데 실제 사업화 성공률은 그 반토막이며, 기술 사업화 예산은 R&D예산(약 20조 원)의 3.9%로 적고 오히려 줄었다’라며 ‘R&D과제 수행의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라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과학경쟁력에 비해 국가경쟁력이 턱없이 낮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시점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김기선 의원의 지적과 백서를 연결해 생각하면, 개발기술 사업화 지원정책을 시급히 보완(발굴)하고 시행해 산업에서의 기술개발이 사업화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상승시키는 연결고리로 작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사업화에는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라 수출 부진,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중소기업 경기가 악화한 상황이며 생산 및 소비 증가세도 둔화한 상태로 기술사업화에 기업의 투자도 제한적이지만 정부도 지원정책을 당장 전폭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이미 시행 중이며 막대한 자금의 추가 투입이 필요치 않은 제도로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구매를 촉진하고 판로를 지원,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운영 중인 공공구매제도를 살펴보았다.
2022년 856개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액이 약 119조 원에 달하고 공공기관들이 중소기업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해 공공구매 참여 중소기업들의 수가 약 11만 8000여 개사로 2021년보다 18.1% 증가했다고 중기부에서 밝혔는데, 이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재도약을 준비하는 중소기업들의 판로 확보에 도움이 됐고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에 기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공구매제도는 법령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중소기업제품 구매 목표를 이행해야 하는 공공구매목표비율을 분야별로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선순환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관련 항목은 ‘기술개발제품’과 ‘창업기업제품’일 것이다.
여기서, 15% 이상의 구매목표율이 적용되는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에는 성능인증 등 13종의 기술개발제품에 적용되는 우선구매제도에 의해 구매하는 제품과 창업기업 또는 공공조달 실적이 없는 기업의 기술개발제품을 적정한 평가를 거쳐 공공기관에서 구매하게 하는 ‘시범구매제도’ 등이 있다.
2022년도 개발 기술을 사업화하고 기술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되는 기술개발제품의 구매율이 19.3%로(4.3% 상승) 구매목표비율(15%)을 초과한 것은 개발 기술사업화 지원 효과로써 매우 고무적인 실적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첫걸음 기업이 수행한 연구개발사업은 인지도 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들의 기술개발제품을 공공기관에 납품할 기회를 부여해 기업의 판로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혁신 역량을 제고하도록 2018년도에 도입한 제도가 ‘시범구매제도’인데 제도 도입 이후 구매 금액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공공기관별 기관평가에 시범 구매실적을 반영함으로써 공공기관에서 시범 구매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게 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사용이 가능한 기술개발제품을 보유한 중소기업에서는 이 제도를 이용해 쉽고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탄탄한 판로를 확보하고 그 수익을 기술개발에 재투자하면 기술개발 선순환을 이룩하는 우수한 중소기업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다.
필자는 혁신적이면 당연하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공공기관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제품을 보유한 기업에서는 ‘시범구매제도’를 적극 활용해 볼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