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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교사가 꿈이라는 아이를 말리고 싶다

 

어떤 직업의 좋고 나쁨을 아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모가 직업을 하고 있을 때 자식이 나와 같은 직업이길 바라고 직업을 물려주려고 노력하면 좋은 직업이다. 반대로 자식이 내가 하는 일만큼은 피하기를 바라면 좋지 않은 직업이다. 교사는 어느 축에 속할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교사 부모님 밑에서 교사 자녀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대학교 동기 중에는 부모님이 선생님이신 분들이 많았다. 나 또한 그렇다.

 

부모님 세대 때는 교사가 괜찮은 직업군에 속했다. 금전적인 부분은 아닐지라도, 사회적으로 명예로운 직업임에는 분명했다. 교사를 뒤에서는 욕하는 분위기가 있을지언정, 앞에서는 존경하는 척이라도 했었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이야기와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공존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교사인 학부모님들 중에 자기 자녀를 교사시키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이런 열악한 직업은 내 대에서 끝내고 싶지, 자식이 나와 같은 일을 하며 고생하는 걸 보고 싶은 사람이 많지는 않을 듯하다. 공부는 꽤 잘해야 하고, 월급은 적게 받으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는 많이 받는다. 그나마 참고 버티게 해줬던 연금도 줄어들어서 일정 금액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을 아는데 교사라는 직업을 자녀에게 추천할만한 분들이 얼마나 될까. 초임 교사 시절 내가 힘들어할 때 부모님은 원래 안 힘든 직업이 없다고 하셨다. 그랬던 분들이 지금은 힘들면 바로 그만두라고 하셨으나 상황이 변했다.

 

가장 크게 변한 건 나 자신이다. 우리 반 아이가 장래희망을 발표할 때 선생님을 말하면 예전에는 흐뭇해했었다. 그 아이가 교사를 꿈으로 정하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이바지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기뻐했다. 주로 똑똑하고 모범생인 친구들이 선생님이 꿈이라고 말하기에 교직의 미래가 밝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제자가 나중에 교사가 돼서 우연히 마주치는 상상을 하면 즐거웠다.

 

몇 년 전부터는 교사가 꿈이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면 말리고 싶어졌다. 특히 착하고 성실한 친구가 교사를 하겠다고 하면 마음이 더 답답해진다. 이 직업은 온갖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착한 사람들이 더 크게 마음을 다치는 걸 종종 봐왔다. 아이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교사는 추천하지 않으니 다른 걸 꿈으로 삼으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은 어리니까 주변에서 접하는 직업이 별로 없을 거고, 단순하게 매일 보는 교사를 꿈으로 삼겠거니 생각하고 나중에 원하는 직업이 바뀌길 바랄 뿐이다.

 

9월 2일 여의도 집회에는 30만 명이 넘는 교사와 시민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집회에 참석하며 이번에 정말 많은 인원이 모였구나 싶었다. 나중에 30만 명이라는 숫자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만큼 공교육 정상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 반 학부모님 몇몇 분께서도 공교육 바로 세우기를 응원한다고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많은 사람의 요구처럼 이제는 법이 변해야 할 시점이다. 교사가 교실에서 나쁜 행동을 저지르는 학생을 지도하지 못하고,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조차 막을 수 없는데 무슨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학생을 지도했다가 학부모가 기분 상하면 고소를 남발하는 현실에서 교육의 미래는 없다. 교사들은 월급을 올려주거나 더 나은 복지를 바라는 게 아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환경만을 원한다. 언젠가 우리 반 친구가 교사를 꿈으로 말하면 다시 흐뭇해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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