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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칼럼] 일본, 영화로는 가깝고 국가로는 먼 나라

 

이 불우한 시기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980년대 일본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모리타 요시미츠의 영화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과 같은 것이다.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 회고전은 지난 15일부터 열리고 있고 향후 24일까지 계속된다. 16일에 상영된 '하루'는 그의 1996년작으로 비교적 초중기작에 속하고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은 1998년에나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영화로는 이와이 슌지의 ‘러브 레터’와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가 있다. 두 영화는 일본영화가 개방된 후 앞서거니 뒷서거니 들어 왔다. 국내 개봉 1호가 된 일본영화는 ‘하나비’였다.

 

모리타 요시미츠의 영화는 이상하게도 한국에서의 개봉이라는 ‘수혜’를 입지 못했는데 ‘하루’ 직후에 내놓은 ‘실락원’이 국내에서 개봉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됐다. 표현 수위가 국민들이 보기에 적절치 않다는, 그야 말로 후진국적 ‘영화 심의’ 탓이었는데 당시 한국은 18세 이상 관람가의 일본영화는 2004년 이전까지 여전히 개봉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실락원’이 뭐 그리 대단한 수위의 작품도 아니었다. 흔한 정사 씬이나 베드 씬도 이렇다 하게 나오지 않는다. 다만 불륜 남녀의 러브 스토리이고 이 둘은 너무 사랑한 나머지 설국의 온천에서 동반자살한다는 내용이다. 근데 바로 이게 문제가 됐다. ‘실락원’은 초기에는 심의 탓에 나중에는 너무 늦은 영화인데다 흥행을 우려한 탓에 한국에서 2011년에나 첫 개봉됐다.

 

요시미츠의 또 다른 영화로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영화 ‘하루’의 하루는 24시간 하루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 이름 ‘하’야미 노보’루’(우치노 마사유키)의 첫 자와 끝 자를 따서 만든 PC통신 아이디이다. 일본어로는 ハル라고 쓴다. 이 ‘하루’는 PC통신으로 만난 ‘호시’라는 여자, 실제 이름은 후지마 미츠에(후카츠 에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 둘은 오프 라인 상에서 딱 두 번 만난다. 한번은 스치듯이, 또 한번은 정면으로 겨우 만난다. 둘의 사랑은 철저하게 통신 상으로 이루어진다. 1996년에 공개된 이 영화는 사랑의 익명성이 지닌 놀라운 오묘함을 보여준다. 현대적 사랑은 어쩌면 半익명적일 때, 통신과 온 라인이 지금처럼 모든 걸 다 까발리기 전일 때, 그렇게 덜 진보적이고 미숙할 때 더욱 매력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은 모든 걸 다 보여주거나 모든 걸 다 줄 때가 아니라 반은 자기의 욕망으로 감추어 둘 때 진짜일 수 있고 더욱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증거한다. 그 뒤늦은 깨달음이 보석같은 작품이다. 사랑은 자기가 자기일 때, 적어도 반은 자기일 때 이루어지기가 더 쉽고 좋은 법이다.

 

일본영화는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보다 아름답고 진실되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영화와 문화로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게 옳은 길이다. 외교와 영토의 분쟁을 전략적으로 모호하게 놔 둘 수 있는 길은 문화적 접근이다. 영화로 서로를 호환하게 하는 길이 더 주단 길이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다. 군사적으로는 강박되고 문화로는 유리되고 있다. 양쪽 정치가 무식해서이다. 안타깝고 무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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