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등대가 바다 한 가운데서 빛을 발하고 있다. 관객들은 게임을 하듯 키보드를 통해 화면을 조작할 수 있다. 등대는 전시 작품들을 소개한다. 한편에선 동양화 배경에 서양 이미지가 그려진 작품이 관객을 맞는다.
융복합형 예술 콘텐츠를 소개하고 동시대 미술을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열리고 있다.
창작그룹 레벨나인과 동시대적 소재를 동양화로 재해석하는 작가 손동현이 협업했다. 아카이브 미디어와 수원을 소재로 한 작품 67점이 전시된다.
레벨나인은 ‘라이트하우스-우리가 묻는 대로’를 통해 AI를 미술에 끌어들인다. 관객이 화면에 질문을 입력하면 아카이브 역할을 하는 컴퓨터는 ‘어린이를 위한 답변’,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위한 답변’, ‘문학적인 답변’, ‘일반적인 답변’을 한다. 관객은 미술 속에서 항해한다.
또 ‘정보의 미술관, 미술관의 정보’ 작품에선 아카이빙 작업을 한다. 관객에게 ‘당신은 미술관에서 작품의 제목을 읽나요?’ 같은 질문을 던져 정보를 수집한 뒤 미술관 개선 작업에 재료로 사용한다. 미술관이 관객에게 새롭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손동현 작가는 ‘박달나무 동산’, ‘마스터 코레스폰던스’, ‘자스민 드래곤 펄’등을 통해 미술을 동양화로 재해석한다.
‘박달나무 동산’은 단원 김홍도의 작업을 해체, 확대, 재조합한 작품으로, 작품명은 단원(檀園)을 풀어 썼다. 김홍도가 남긴 수원의 모습을 재해석한다.
다시점으로 공간을 나누는 동양화의 전통적 방식을 차용했고, 탁본, 만화적 기법, 그라피티, 다양한 잉크 사용으로 전통적인 산수화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방식을 적용해 독창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마스터 코레스폰던스’는 육법 중 사실적인 표현 방식을 뜻하는 ‘용물상형’을 형상화한 것이다. 병풍 형식을 취해 상황에 따라 협객은 접었다 폈다 몸을 움직인다. 육법은 기운생동, 골벌용필, 용물상형, 수류부채, 경영위치, 전이모사 등 문인화의 기초를 일컫는 말이다.
손동현 작가의 ‘삼피공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전통회화에서 사용하는 ‘먹’에 대한 실험으로, 수묵화를 주제로 한다. ‘그리기와 쓰기’, ‘수묵과 채색’, ‘의미와 형태’를 표현했다. 스텐실, 탁본 등 여러 기법을 사용해 기존 수묵화의 한계를 파악하고 가능성에 대해 탐구한다.
전시 후반부에는 레벨나인의 AR, VR 작품을 볼 수 있다. ‘매직카펫라이드’는 아날로그 사물을 가상 세계에 혼합한 작품으로, 관객은 VR을 통해 변형된 미술관 내부를 볼 수 있으며 선반, 그림, 카펫 등 AR로 만들어진 사물로 새로운 미술관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엉뚱한 상상조각’, ‘서베이’, ‘만화경’ 등으로 미디어로 구현된 미술, ‘하이퍼스페이스’, ‘배틀스케이프’등으로 회화의 동양적 재해석을 만나볼 수 있다.
레벨나인과 손동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작품들은 12월 17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