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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학교는 사회에 부적응하는 중이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유튜브 영상 중에 ‘카푸어’ 관련 내용이 올라오는 채널이 있다. 영상에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뛰어넘은 차를 산 사람들이 나와서 본인의 차를 자랑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 달 수입의 대부분을 차에 올인한 사람들이 주로 나오는데, 드물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슈퍼카를 구입한 사람들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 본 영상에는 20대 초반 대학생 A가 독일 슈퍼카를 타고 나왔다. 차량 가격이 카푸어 마인드로도 감당이 되지 않을 만큼 큰 금액이었다. 유튜버가 A에게 부모님 찬스를 쓴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본인이 차 리스 비용을 지불한다고 했다. A가 다니고 있는 대학은 서울권 4년제가 아닌 잘 들어보지 못한 학교였다. A는 어떻게 돈을 벌고 있을까.

 

A는 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램과 모바일 앱을 만들어서 파는 중이라고 했다. 프리랜서 개발자로서 몇 억대의 실 수령액을 받고 있었다. 일반 직장인은 평생 연봉으로 받기 어려운 금액이고, 사회에서 선망하는 전문직들이 오랜 수련 끝에 버는 돈을 어린 나이부터 벌고 있었다. 그는 이미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문득 A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주위로부터 선망 받는 학생이었을까 궁금해졌다. 학교에서는 높은 확률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인정받고,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성공한 인생이 된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학교에서 주로 하는 일이 공부인데 공부 외의 일로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공부보다는 컴퓨터를 많이 했다고 하는 A의 말로 미루어봐서는 훌륭한 학생으로 평가받지는 못했을 것 같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중인데 학교는 제자리에 서서 부적응하고 있다. 학교 공부를 잘하면 뭐가 될 것 같지만 되지 않는다는 건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이제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문과 출신이면 취직이 담보되지 않은지는 꽤 되었다. 괜찮은 회사에 취직했던 사람들도 결국에 전문직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 교사나 공무원의 인기는 없어진지 오래됐다. 대학이 직장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고, 괜찮은 직장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잘하는 분야를 찾아서 어릴 때부터 그 길을 파야 한다. A 같은 친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이가 흥미를 갖고 파고들 분야를 찾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요즘 아이들 특성이라고 떠도는 글을 보면, 10대 아이들 10명 중 9명이 미래에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는 장래희망에 공무원이 대세였는데 그것도 건강하지 못한 사회였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게 없는 아이들을 만들어 냈으니 사회의 병증이 더욱 심각해 보인다.

 

자녀를 키우는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공부 말고 다른 걸 시킬만한 게 없다고 했다. 부모인 자신들이 평범하게 공부해서 직업을 가졌기에 아이들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랙에서 벗어나는 위험부담을 빼고서라도 트랙 밖에 어떤 삶이 있는지 알지 못하기에 선택이 어려워진다.

 

학교가 해야 할 역할이 아이들에게 교과서 공부 말고 다른 길을 보여주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메디컬 고시로 불리게 된 수능에 모든 아이들을 갈아 넣고 소수의 몇몇만 성취감을 느끼는 시스템을 손보지 않는다면, 학교는 영원히 현실과 괴리된 채로 떠돌 수밖에 없다. 이런 학교 환경에서 구성원들 사이에 존중이 피어나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학교의 사회 부적응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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