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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박사의 ‘스페인‧포르투갈 답사 여행’ ④ 답사일지(7월 6일)

  • 등록 2023.11.08 11:23:03
  • 14면

일찌감치 아침식사를 마치고 양 발바닥에 밴드들을 잔뜩 붙이고 발바닥에 잘 좀 견뎌달라고 신신 당부를 한다. 나는 해외에서 여행할 때면 늘 함께하는 블루스 하모니카로 애국가를 불고 아침 출발을 한다.

 

낯선 곳에서 나를 스스로 움켜잡기 위한 제의(祭儀)다. 경건함과 침착함은 자신만이 가지는 제의로부터 비롯하는 것이고 그것은 낯선 것들에 대응하는 최선의 정체감을 만들어낸다.

 

오늘도 최선을 다 해보자.

 

Gaudi 건축의 성장과정을 추적하려면 초기 건축부터 따라가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티켓의 예약도 있었고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해서 접근이 용이한 ‘Parc Güell(이 공원의 이름은 Catalunya어, Spain어, 영어 등에서 여러 가지로 불린다)’을 먼저 찾기로 했다.

 

공원이라는 테마에 바쁜 마음이 강하게 끌린 경향도 있고 딱히 순서가 중요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사실 Barcelona에 오기 전까지 나는 Gaudi에 대해 별로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편이 아니다.

 

사진 등을 통해 본 그의 작품들에 대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장난기가 심하다’, ‘철학이 보이지를 않고 품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크고 기괴한 것으로 시선을 끄는 아방가르드 아니냐’라는 정도이었던 셈. 이 여행이 끝날 때쯤이면 나의 이 생각은 달라질까?

 

시티투어 버스가 내려놓은 곳에서 앞의 일행을 따라간 입구는 공원의 후문이란다. 내 티켓으로는 이쪽으로 입장이 되질 않는다고 한다.

 

다시 허겁지겁 택시를 잡아타고 공원 밑자락을 빙 돌아 겨우 예약 시간에 맞추어(나의 예약은 가이드가 있는 단체 입장이었으므로) 일행과 합류. 요란스런 치장에 수다스런 중년의 여성가이드를 따라서 첫 대면하는 Güell 공원은 사람을 당혹하게 한다. 이게 뭐지?

 

입구에서부터 상상을 넘어서는 파격이 흠칫 숨을 멈추게 한다. 왠지 거부할 정서가 얼핏 일어나지를 않는다. 어제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흘낏 흘낏 눈길에 길을 들여 두었던 Casa Batlló나 Casa Milà, Sagrada Familia 정도의 낯선 모습이 아니다.

 

‘원래 곡선을 좋아하고 형상의 파괴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정도의 안일한 인식을 가지고는 즉시 수용하기 어렵다. 보이는 어떤 형상 하나도 내 눈에 익숙한 모습이 없다.

 

 

 

 

Güell의 디테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대로 흉내를 낸다 해도 좋을 테니까.

 

 

 

 

입구에 도달하는 담장에서부터 작품은 시작된다. 특히 건축 소재를 자연에서부터 자유롭게 찾는 것이 마음을 끈다.

 

디테일을 좀 더 살펴보자.

 

 

 

 

이러한 관리시설들은 탐방객들뿐만 아니라 이 시설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fairy tales 속으로 끌어들여주지 않을까? 실제로 이 집들은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에서 발상하였다는 설이 있다.

 

이 공원에는 우리 체육공원에 적용을 고려할만한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있다. 시민위 위원들을 비롯해서 시행사나 실시설계를 담당할 인원 등의 현장답사를 추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앞의 소형 건축물들 이외에도 특히 공간을 층으로 만들어 집합공간을 만든다든지, 이제 세계적 명품이 되어버린 물결 벤치, 건축재료의 다양성(우리는 폐석회를 건축재료로 이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등이 눈여겨보아야 할 것들이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Gaudi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상상력이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풍부한 ‘story’이겠지만.

 

 

 

 

 

 

담장을 쌓은 모습에서도 볼 수 있듯이 건축재료에 대한 관념을 확대하는 것도 창의성을 넓히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

 

 

 

Parc Güell의 역사

Gaudi에 대한 탐색은 그의 작품들을 좀 더 살펴 보고나서 하기로 한다. 이제 Güell 공원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해 두기로 하자.

 

Barcelona에서 수집한 자료들(서로 이설이 많다)을 종합해보면, 이 공원은 당초 이 토지(Barcelona 중북부에 위치한 Perada라는 나지막한 구릉형 산지) 15ha(약 45,000평) 위에 Catalunya의 일부(60여 가구) 엘리트들을 위한 ‘Garden City’를 만들기를 원했던 토지 소유주이자 당대의 부호 Eusebi Güell 백작의 발상에서 조성의 역사를 시작한다.

 

Güell백작은 이러한 계획을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비롯해 여러 건물을 지었던 Gaudi에게 부탁하게 되었고 Gaudi가 이를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흔쾌히 받아들여 1900년경부터 소수 엘리트용 신도시 건설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공사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상태에서 중단되었고(결국 지금의 모습으로 건설하기까지 14년이 걸린 셈) 그때까지 여기에 토지와 주택을 입양 받아 입주한 주민은 Güell백작과 Gaudi, 그리고 한 사람의 변호사 세 사람뿐이었다.

 

이 상황에서 Güell백작까지 1918년 이 공원의 자택에서 사망하자 공사는 완전히 중단이 되었다. 이후 이 부동산 일체는 Güell 손자의 증여에 의해 Barcelona시 당국에게 넘어가게 되었고 시 당국은 이 시설을 공용공원 으로 지정관리하게 되어 오늘에 이른다.

 

현재 Güell백작의 집은 공립학교로, Gaudi 집은 가우디 박물관으로, 한 변호사의 집에는 아직도 그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 공원의 유일한 거주자라니!

 

발바닥의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하는데다가 가이드의 인솔도 끝나고…, 산봉우리를 오르는 회랑을 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잠시 늦은 점심이라도 먹으면서 휴식을 갖기로 한다. 샌드위치 한조각과 야채샐러드 한 줌, 생수 한 병이면 족하다.

 

택시를 타고 다시 Catalunya 광장으로 돌아왔다. 다음 교통편으로 이용시간이 남은 hop on hop off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다. 내일은 예약 방문지가 없으니 다시 한 바퀴를 돌면서 내일 방문지를 찍어 두는 것도 좋겠고…, 무엇보다 Güell 공원의 감상을 정리해 두어야 한다. 그 동안 발을 좀 쉬어줄 수도 있고.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콜럼버스 기념상 앞에서 내려 현재 무언가 보수 공사 중인 기념상 주변을 다시 살펴보아도 콜럼버스의 이름이 보이질 않는다. 콜럼버스뿐만 아니라 아무 문자 기록이 보이질 않는다. 왜일까? 너무도 자명하게 누구나 아는 것이어서 일까? 내가 못 찾은 것이 아니고 실제로 아무 표기가 없는 것이라면 그것도 괜찮지 않은가?

 

투어 버스도 끝나고 택시는 잡히질 않고…, 호텔까지 멀지 않은 거리라고 생각하고 Ramblas 거리를 발을 절뚝대며 돌아오는 길이 고달프다. 햇볕이 뜨거워 Panama Hat을 하나 샀다. 비싸다. 이곳의 물가는 택시요금, 입장료 등 대체로 모두 비싸다. 관광 열풍지대의 물가수준이 어찌 낮을 수 있겠나.

 

글·사진 /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 이사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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