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맑음동두천 19.2℃
  • 구름많음강릉 23.8℃
  • 맑음서울 20.7℃
  • 맑음대전 21.3℃
  • 맑음대구 21.8℃
  • 맑음울산 19.7℃
  • 맑음광주 19.4℃
  • 맑음부산 18.6℃
  • 맑음고창 ℃
  • 구름조금제주 19.4℃
  • 맑음강화 17.1℃
  • 맑음보은 17.7℃
  • 맑음금산 19.4℃
  • 구름조금강진군 18.8℃
  • 맑음경주시 20.8℃
  • 맑음거제 17.6℃
기상청 제공

하석용 박사의 ‘스페인‧포르투갈 답사 여행’ ⑤ 답사일지(7월 7일)

  • 등록 2023.11.09 11:49:39
  • 14면

아침을 먹고 나서 드디어 물집이 잔뜩 잡힌 발바닥을 수술을 했다. 바늘도 없고 해서 1회용 면도기를 부숴서 면도날을 뽑아 물집을 째고 알콜 솜으로 소독하고 연고를 발랐다. 시간을 빼앗겼다.

 

그러나 큰 걱정이다. 이 발로 어찌 보름을 견뎌낼 수 있으려는지. 걷지를 않아야 아물 텐데, 어찌되었건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가야하고 힘을 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해서 Casa Milà를 찾았다. Gaudi가 나이 60세에 Milà라고 하는 한 실업가의 신혼집을 의뢰 받아 지은 집이라고 한다. 이 집이 지어지고 나서 시민들은 기괴한 외형을 빗대어 이 집에 ‘La Pedrera(채석장)’라는 별명을 달아 주었다고 한다.

 

Gaudi에게는 미안한 얘기이겠지만 석회암을 사용한 건물 외형이 마치 도시 한 가운데 불쑥 튀어나온 석회암 채석장 같아 보였다는 이유다.

 

이 건물에서 특별하게 주목을 받는 부분은 옥상에 만들어진 굴뚝들이다. 이 굴뚝들의 모습은 나중에 Casa Batlló의 경우에서도 보게 되지만 마치 군대의 파수병들(sentinels)의 모습을 하고 있다.

 

아마도 Gaudi는 유럽의 주거용 건물들 지붕 위로 나타나는 굴뚝무더기들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차마 그냥 두고 보기가 어려웠는가 싶다.

 

또한 이 건물에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많은 장치들이 도입이 되었는데 위생적인 환기 시설과 엘리베이터, 특히 문 안으로까지 마차가 진입해서 집안에서 마차로부터 내릴 수 있는 ramp까지 설치(인용한 illustration의 건물 1층의 가운데 부분을 살펴보면 마차가 집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러한 모습들 덕분에 이 건물은 후일 UNESCO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었지만 시민들의 빈정거림 때문인지 집 안주인의 짜증 때문이었는지(뒤에 소개한다), 행정 공무원들의 규정 위반이라는 방해와 언론의 조롱 따위에 지쳐서이었는지는, Gaudi는 이 건물 이후에 민간의 건축 요청을 일절 받지 않고 오직 Sagrada Familia의 건축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당연히 건물 내부를 들어가 보았어야 하지만 입장 티켓을 예약하지 않은 데다 날은 덥고 긴 줄을 서야 해서, ‘모든 걸 다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모레 Casa Batlló를 보면 필요한 만큼은 알 수 있겠지’라는 변명으로 이 건물 1층에 있는 기념품 상점만 일별하기로 한다. 이들은 어떤 기념품을 개발해서 팔고 있는가를 살펴두는 것도 필요하니까.

 

 

이제 어느 정도 이 도시에 감을 잡았으니 ‘hop on hop off’는 그만 타기로 했다. 지도도 들여다 볼만큼 들여다보았고.

 

Sants 지하철역 kiosk에서 96시간용 ‘Barcelona 카드’를 샀다. 이 티켓 한 장으로 Metro는 물론 버스, Tram 등 대중교통을 유효시간 내에 무제한 이용할 수 있고 여기저기 입장료 할인도 된단다.

 

58유로 8만 7000원이니까 나흘간의 대중교통 이용요금이 8만 7000원, 대단히 비싸다. 그러나 편리할 것이다. 택시 타는 것보다는 당연히 쌀 테고. 이것이 가격보다 편리한 소비를 선택하는 합리적 변명이다. 공급자는 소비자의 이러한 심리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물가는 항상 오른다.

 

또 하나의 이들이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 Sant Pau(성 바오로) 병원을 보러 지하철을 골라서 탄다. 좌석을 2인씩 구분해서 칸을 막은 ‘제도’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같이 6인석에 7인이 끼어들어오는 불쾌함을 막을 수 있겠다.

 

봉 손잡이를 세 갈래로 가르는 것은 이제 세계적인 추세인가. 지나는 길에 멋진 건물이 또 하나 눈에 들어와 이 건물인가 했더니 아니다. 스페인어 사전이 잘 가르쳐주지 않지만(여기서는 Catalunya어를 쓰기 때문에 스페인어 사전이 거의 무용지물이다) Barcelona 시립대인 것 같다. 그런데 르네상스풍의 건물이 멋있다. 우린들 이렇게 짓지 못할 이유가 없을 텐데.

 

 

 

Barcelona가 자랑하는 Sant Pau 병원이다. UNESCO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세계 최대의 Modernismo(modernism Catalunya어, Spain어 표현) 건축의 집합단지라 한다. 1902년에 개원하고 46채의 별관을 거느린 유서 깊고 규모가 장대한 병원이다. 이 병원의 의료수준까지는 알 길이 없지만.

 

 

무엇이 이들과 오늘 우리와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이유일까를 골똘히 생각하며 Montjuïc(몬주익, 유대인의 산이란 뜻 : 유대인들의 묘지가 있던 곳) 언덕으로 향한다.

 

편의상 아직 시간이 유효한 hop on hop off를 이용하기로 한다. 해발 184m의 이 언덕 위에는 Montjuïc 성이 있어 그 전망대에서 거의 모든 Barcelona 풍광을 조망할 수 있고, 특히 한국인으로서는 황영조 마라토너가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마라톤에서 우승을 한 Montjuïc 올림픽 경기장이 있어 외면 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Pavarotti가 부른 이태리 canzone ‘funiculi funicula’ 덕분에 유명해진 Funicular를 실제로 타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Montjuïc 성까지는 케이블카로 올라갈 수 있으니 나로서는 발 편한 선택이다.

 

 

 

 

 

올림픽 송신탑의 디자인이 좋아서 사진을 좀 더 잘 찍어 보려고 가까이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작은 공원의 벤치에 쉬려고 앉았는데 다시 일어나기가 힘들다. 오늘도 이미 너무 많이 걸었다.

 

발을 벤치의 팔걸이에 올리고 벤치에 좀 누워 쉬려고 하는데 웬 중·고 교복을 입은 학생 아이들이 몰려온다.

 

악전고투. 그것 참. 방법은 하나, 호텔로 돌아가 무조건 쉬지 않는다면 죽도록 가는 데까지 절뚝거리고 가보는 수밖에. 얻는 것에 귀한 것이 있겠는가. Funicular와 케이블카를 타는동안 또 조금은 쉴 수 있겠지.

 

 

케이블카로 Montjuïc성에 올랐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Barcelona라는 도시의 원경은 아름답지 않다. 녹음 속에 묻혀있던 뉴질랜드의 Auckland가 생각난다. 고층건물로 가득 찬 맨해튼 형의 도시는 아니지만 도심은 하나, 회색의 덩어리이다.

 

멀리 Sagrada Familia가 보여도 이러한 풍광에 속절없이 묻혀버린다. 멀리 바라본다는 것과 가까이 들여다본다는 것의 차이가 이와 같다. 어떠한 천재성도 대중 속에 묻히면 인간사회의 일반적 현상으로 용해되는 것인가.

 

또 하나 “합성의 오류”라고 해석애야 할지, 일반화의 모순이라고 이해해야 할지. 나의 작은 소망과 노력, 그 미련함을 ‘나비효과’나 ‘fractal 구조론’ 따위 논린로 스스로 위안할 수 있는 것일까.

 

 

 

글·사진 /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 이사장(경제학 박사)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