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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박사의 ‘스페인‧포르투갈 답사 여행’ ⑥ 답사일지(7월 8일)

  • 등록 2023.11.12 10:38:07
  • 14면

오늘은 Sagrada Familia에 13시 30분 예약이 되어 있다. 오전 시간을 Gaudi의 초기 작품 ‘Casa Vicens’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아마도 초기 작품을 잘 살펴본다면 그의 사상의 진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이드북이 가르치는 대로 지하철을 타고 ‘Fontana’ 역에 내렸지만 아무런 길 안내 표지가 보이질 않는다. 역에서 도보 3분 거리라는데. 일찍 문을 연 카페의 아주머니에게 길을 묻는다. 아주 힘들여 영어로 정성껏 길안내를 해준다. ‘Gracias!’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된 이 건물은 Fontana 역에서 큰 길로 나와 오른쪽 언덕 위 30m 좌측 골목 안에 있다. 1883~1889년에 걸쳐 무역상 Vicens의 여름 별장으로 지었다는데 당시에는 어땠을지. 시원해 보이지는 않는다.

 

Gaudi의 나이 30대에 지어진 초기 작품이라는데 그때부터 별스런 재능이 건물 곳곳에서 물씬 풍겨 나온다. Islam과 Orient의 감각이 섞여있다는 설명을 미리 알고 뜯어보는 것이 좋다.

 

 

 

 

Sagrada Familia는 Gaudi가 불의의 tram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할 때(1926년)까지 혼신의 정열을 바쳐 매달렸던 그의 대표적인 건축 작품이다.

 

평생 그를 도와서 그의 작품들을 만들어냈던 조력자들도 모두 사라진 지금까지도 이 건축물은 Gaudi가 남겨 놓은 일부 설계와 메모들을 바탕으로 2026년을 완공 목표로 건축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그가 1884년(1883년에 공사는 이미 시작)에 Sagrada Familia 속죄의 성전 공사 감독으로 임명되기로부터 시작된 대장정이 그의 삶을 넘어서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 Gaudi가 완성 시킨 건축부분은 동(북)쪽 정문에 해당하는 ‘탄생’의 façade(파사드) 부분 뿐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 건축물이 Gaudi의 작품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가 남긴 기준과 아이디어는 오늘도 살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건축물은 탄생, 수난, 영광이라는 세 부분의 façade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세 부분 중 탄생과 수난의 façade 쪽에 두 개의 종탑이 있어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올라간다.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내려올 때는 비좁은 공간으로 내려오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 올라가면 façade의 부분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유럽의 중세 이후 르네상스 건물들이 그렇듯이 이 건물 또한 Gothic 건축의 DNA를 벗어나지 않는다. 사실 하늘을 향한 신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Gothic만한 디자인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건물의 구조를 역학적으로 지탱하는 내부 Vault의 구조는 다른 고딕 건축의 늑골의 모양을 많이 벗어나서 꽃 모양으로 장식된 Column들로 지탱하고 있어 대단히 화려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전통적인 교회건물에서 볼 수 있는 예배실의 벽과 천장을 가득 채우는 성상들의 어두운 회화가 배제되어 있어 마치 화려한 예술 작품 공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건축이 UNESCO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것이야 당연한 일.

 

이 리포트 작성의 목표는 문화재의 감상이나 해설에 있지 않다. 몇 조각이라도 아이디어, 깊고 넓은 지속가능한 아이디어를 구해야 한다.

 

 

 

 

 

 

 

Sagrada Familia의 감상을 종합하자면 종교적인 근엄함보다는 존재하지 않던 형상들을 만들어내는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진 Gaudi만의 성스러움에 바치는 남다른 찬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떤 표현을 동원한다하더라도 그의 건강하면서도 화려한 창조적인 정신세계를 짐작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또한 그와, 조수로 평생 그를 도왔던 Jujol과 나눈 대화가 남아있어 그가 가지고 있던 시간과 역사, 그 가치에 대한 성실하고 욕심 없는 면모를 잘 요약한다.

 

 

발의 통증이 심해져서 일단 호텔로 돌아왔으나 성당의 야경을 보지 못하고 넘어 갈 수는 없다 싶어 저녁 9시가 넘어가기를 기다렸다가(이 곳의 여름 해넘이는 늦다) 다시 찾아 갔다.

 

그런데 오늘은 야경을 비추지 않고 탄생 Façade 앞에 가설무대를 설치하고 무용공연이 한창이다. 이쯤에서 발길을 돌리는 수밖에.

 

글·사진 /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 이사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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