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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박사의 ‘스페인‧포르투갈 답사 여행’ ⑧ 답사일지(Antoni Gaudí - 1)

  • 등록 2023.11.14 15:29:01
  • 14면

 

비행기가 Granada를 향해 날고 있는 동안 Barcelona를 뒤돌아보며 기억이 증발하기 전에 서둘러 몇 가지 메모를 정리한다. 그 중에 역시 핵심은 Gaudí일 수밖에 없다.

 

Antoni Gaudí(1852~1926)

 

이번 여정에서 Gaudi로부터 받는 강한 인상은 한국을 떠날 때 가졌던 기대를 가볍게 넘어선다.

 

그 발상의 자유로움과 사고의 깊이, 실행의 능력까지를 갖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열정의 풍부함이 기존의 문화 예술에 대한 나의 고식적인 해석을 거부한다.

 

짧은 시간, 작고 좁은 식견을 밑천으로 한, 좁은 관찰의 범위 안에서 그 느낌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타인들에게 드러내보인다는 것이 거의 무모하고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Gaudi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이 여행에서 정리해 내야하는 목표를 피할 수도 없는 것이니, 조심스럽게 그에 관한 현지 연구자들의 견해와 그가 남긴 언어들을 몇 가지 인용하면서 이 보고서의 목적의 범위 내라는 전제하(그의 생애라든가 하는 biography적인 기술은 생략한다)에 그의 모습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Gaudi의 작품 속에도 어떤 pattern이나 model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우리는 흔히 한 예술작품을 품평하기에 앞서 예술사, 특히 서양예술사(미술사, 건축사, 음악사 등등을 망라해서)를 들먹이기를 좋아한다.

 

‘이 작품은 또는 이 작가는 ~~ism, ~~파, ~~경향에 속한다’라고 분류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를 통해서 암암리에 평자(評者)의 예술에 대한 식견을 자랑하고 싶은 속물적인 근성을 만족시킬 수도 있는 것이니 그러한 논평들은 시속(時俗)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Gaudi 작품들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modernism(modernismo)’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놓은 평자들의 글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러나 그런 진부한 규격화는 Gaudi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 평들 중에서 나의 생각과 가장 유사하다 싶은 논평들만을 모아본다.

 

From his first works of eclectic style up to his latter years of exclusive dedication to the Sagrada Familia, Gaudí gradually developed his own architectonic language that has left an indelible mark on the history of art.

 

In each and every one of his ingenious and imaginative works he incorporated ground-breaking ideas inspired by nature which have provided formal and structural innovations universally employed in twentieth century architecture.

 

그렇다. 그의 작품은 우선 파격적이다.

 

그 이전에 존재해 왔던 Romanesque, 또는 Renaissance 시대의 건축들의 유형과 그 사례를 상상하고 비교해 본다면 그의 작품들이 대단히 ground-breaking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시 이 논평의 분석을 통해 평자가 그의 작품들을 ground-breaking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를 집약해서 정리해보자.

 

Eclectic style

 

Gaudí에게도 그만이 가지는 소위 style(아 이건 Gaudí 작품 같은데)라고 말할 수 있는 이라는 것이 없을 수는 없다. 그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Eclectic(다양한 재료와 수법을 이용하는)하다는 것이다. Gaudi의 이러한 경향은 Casa Vicens에서부터 Parc Güel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건축의 재료로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한다. 나무, 철재, 타일에서부터 가공되지 않은 돌멩이들에 이르기까지. 또한 그는 건축의 기법이나 style에 있어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Gothic과 Renaissance에서부터 Muslim ~ Oriental 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소재와 style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그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Gaudí만의 것’으로 전혀 새롭게 탄생한다. 창조적이다.

 

Neo-Gothic style

 

서양 중세의 Catholic 건축을 지배한 형식은 단연 Gothic이라고 할 수 있고, 이 형식은 Catholic의 논리와 포교적 필요에 가장 합당하는 건축양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형식은 Renaissance 시대를 경유하고 modernism의 시대, 심지어 post-modernism적인 양식에서까지도 살아남아 있는 것을 여러 건축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Gaudí는 신심 깊은 Catholic 신자로서 일생을 살아왔고 이의 그러한 정신적인 경향은 대표적으로 Sagrada Familia 같은 건축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의 창조와 새로움의 추구에 대한 본능은 역시 다른 일반적인 경향으로 분류되지 않는 ‘나만의 Gothic’이라는 형태로 형상화 한다.

 

그가 지어놓은 많은 종교 건축물들의 창문과 지붕 첨두(尖頭)의 형태, 아치형 지붕의 늑골(vault)과 그 얼개(ogival arch)의 파격적인 변형(아마도 Sagrada Familia가 그 정점)들이 그렇다.

 

Naturalist style

 

Gaudí 건축의 대표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단연코 그의 파격적으로 보이는 디자인들이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라는 것이다(he incorporated ground-breaking ideas inspired by nature).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의 건축물들에서는 끊임없이 자연의 소재와 pattern들이 발견된다. 꽃, 나비, 해와 달, 바다, 물결, 돌멩이, 용(도롱뇽) 등등. 심지어 인체의 골격과 해골의 모까지.

 

그는 신이 창조한 자연이야말로 모든 형상의 완전한 형태라고 믿었다고 한다. 신의 창조를 모방하였으니, 그가 치열하게 완벽성을 추구하였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가우디 해설서의 편집자는 책의 epilogue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But official recognition aside, the work of Antoni Gaudi will never cease to impress, and from it we can learn to take a different look at nature, and understand that everything that surrounds us, even the smallest details, have a place and an importance that must be taken into account.

 

특히 그는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곡선의 구조로 이해하였고(One of his main conclusions was that the shapes found in nature are basically structured around curved forms) 이러한 인식을 그의 작품들 속에서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글·사진 /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 이사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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