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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용 박사의 ‘스페인‧포르투갈 답사 여행’ ⑩ 답사일지(7월 10일)

  • 등록 2023.11.16 13:32:41
  • 14면

이제 Barcelona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이렇게 모든 것은 지나간다. 무언가 허전하다. 많은 것을 놓치고 챙겨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일어난다. 그러나 지나간 시간은 지나간 것이고 아직 여정은 많이 남았다.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발바닥을 아침에 일찌감치 물집을 다시 터뜨려 진물을 빼고,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두 겹으로 밴드를 다시 단단히 갈아 붙였다. 다행히 염증으로는 악화하지 않은 것 같다. 아픈 것은 참는 수밖에.

 

여행에 나설 때마다 짐을 최소한으로 하려하지만 가는 곳마다 이것저것 주워 모으다보니 책들만 한 배낭이다. 무지한 자들이 보지도 않을 책 욕심이 많고 책 자랑을 좋아한다. 무지의 자기 방어 본능이랄까. 저것들을 다 살펴볼 시간이 주어질지도 모르겠다.

 

Pillow tip을 조금 넉넉히 베갯머리에 챙겨 놓고, front desk에 부탁해서 불러놓은 택시를 기다리면서 하모니카로 애국가를 분다. 왠지 기분이 아리랑도 불어야 할 것 같다. 고향의 봄까지.

 

08시 30분 Check out. 10시 45분 Barcelona El Prat 공항에서 Granada행 이곳의 저가 항공 Vueling을 탄다.

 

밤에 입국할 때와 달리 Barcelona 공항은 무척 붐빈다.

 

check in 과정이 모두 kiosk에서 self로 하게 되어있지만 예약번호를 입력을 해도 무엇이 잘못 됐는지 기계가 자꾸 거부를 한다. 그 많은 승객을 단 한 사람의 안내요원이 상대를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complain이 이어지는데.

 

할 수 없이 나도 그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역시 잘되지 않는다. 여권을 들이밀고서야 기계가 말을 듣는다. 예약번호보다 여권이 빠르다고 변명을 한다. 시스템이 아직 덜 된 거지 뭘.

 

기내용 캐리어지만 수하물로 부쳐버리려고 탁송창구로 갔더니 수하물 탁송 예약이 안 됐다고 탁송 요금을 내야 한단다. 무려 50유로를.

 

‘20㎏도 안 되고 기내 반입 허용 범위 아니냐’라고 했더니 막무가내로, 돈을 안 내려면 들고 타란다. 비논리적인 규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외국인 공항직원에게 50유로 아까워서 결정을 바꾸는 모습을 보이기가 싫다는 허영스런 자존심(?)이 발동을 한다. 참으로 어리석다. 그런데도 그렇게 한다. 그러고 보면 살면서 이런 멍청한 짓을 참으로 많이 한다.

 

곧 착륙할 것이라는 기장의 기내방송이 나오는 것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는 동안 비행기는 Granada에 거의 다다르고 있는 모양이다. Alhambra 때문이긴 하지만 한 번쯤은 꼭 와보아야겠다고 벼르던 땅이다.

 

문득 비행기 창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풍광의 산야가 광대하게 펼쳐진다. 산과 들이 온통 격자 형태로 찍힌 검은 점들로 가득하다. 아마도 계획 조림의 모습일까?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도 광활하다. 온 들과 산들을 이렇게 인공 조림할 수 있을까? 그러나 비행기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그 모습은 사실로 보이기 시작한다.

 

 

Barcelona에서 Granada Jaen(하엔)의 ‘Federico Garcia Lorca’ Airport까지는 거의 정남쪽으로 약 1시간 30분의 비행거리다. 공항은 황량한 들판에 자리 잡은 시골공항, 작고 한적하다. Alhambra의 명성 때문에 관광객들로 붐비지 않을까 싶었지만 전혀 뜻밖이다.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택시로 20분 정도의 거리. 택시기사에게서 궁금증을 푼다. 이 나무들은 모두 Olive tree plantation이고 산에는 대개 Cork oak tree를 계획 조림한 것이란다. olive oil과 cork 생산이 이곳의 주산업이라고.

 

COVID19을 지나고 나서 요즘은 관광객들이 조금씩 늘고 있단다. Alhambra에 가면 사람들이 꽤 있을 거라고. 여기는 Barcelona 보다 좀 많이 더울 거라고 한다.

 

Granada가 위치한 Andalucia는 스페인 최남단에 위치한 지방자치주이다. 대한민국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하고 있지만 북아프리카의 영향으로 무척 더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자료에 의하면 면저은 8만 7268㎢, 대한민국보다 조금 작고 인구는 842만 4000명이라고 한다.

 

Sevilla, Cordoba, Malaga, Granada 같은 우리에게 이름이 친숙하게 알려진 도시들이 자리

잡고 있고 주도는 Sevilla이다. 남부지역에는 해양관광지로 유명한 Coasta del Sol이 있고 남쪽 끝에 영국령 Gibraltar가 달려있다.

 

도심의 뒷골목에 자리 잡은 호텔은 깔끔하다. reception desk의 아가씨도 명랑하고 상냥하다. 짐을 풀고 호텔 주변을 둘러보려고 호텔을 나서자 별안간 화끈한 열기가 대로로부터 달려든다. 그냥 더운 것이 아니라 숨을 막는 뜨겁다는 느낌의 바람이다.

 

오래전 이집트 Giza의 pyramid을 찾았다가 낙타를 타고 사막 쪽으로 다가갔을 때 끼쳐오던 사막의 열풍 같다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골목길과 대로의 하늘에 하얀 차양막이 덮였다. 지금이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길거리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 없다.

 

30분쯤 돌아다녔을 뿐인데 구멍가게에서 산 차갑던 생수가 미지근해지고 선글라스 안경테가 뜨겁게 달구어진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Reception desk 아가씨에게 그렇게 사막의 바람 같은 열풍이 불더라는 얘기를 했더니, 정말로 여기는 사하라에서 Sirocco라는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라는 얘기를 해준다. 

 

그리고 Andalucia의 동쪽지역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곳이 전부 사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한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확인을 해보니 2070년쯤이면 이곳은 사막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한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그녀에게 Granada 지도를 얻고 Alhambra 가는 길을 물어서, 한 20여 분 가면 된다는 말에 모레의 입장 예약 시간에 맞출 가늠도 해볼 겸 걸어서 가보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그런데 20분은커녕 두 시간을 넘게 걸어도 Alhambra는 나오지를 않는다.

 

길가에 계속 이정표는 보이는데 어쩐 일인가.

 

발바닥은 쑤시고 뙤약볕에, 이따금씩 불어대는 열풍에, 이런 고행길이 달리 없다. 택시도 보이지를 않고, 결국 대강 짐작으로 시내로 가는 것이겠다 싶은 버스를 잡아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길가에 앉아 지도를 다시 찬찬히 살펴본다, 아차 지도를 뒷주머니에 접어 넣은 채로 길가의 이정표 표시만을 보고 따라간 것이 잘못이었다.

 

이 도시의 모든 길은 Alhambra로 이어지는 것이고 어디에서나 이정표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목적지 Alhambra를 가리킨다. 결국 호텔에서 동쪽으로 거의 직선으로 가야할 길을 마냥 남쪽으로 내려가서 다시 북쪽으로 돌아 올라오는 미련한 짓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쯤에서 현장 확인을 그만 둘 수는 없는 일 결국 택시 신세를 지고 나서야 Alhambra 입구를 확인한다. 여행에 대한 시건방진 자신감이 만들어낸 생고생이다. 언제나 머리가 겸손하고 침착하지 못하면 육신이 고달픈 법이다.

 

발바닥에 통증이 심해진다. 일단 오늘은 좀 쉬기로 하고 발바닥을 다시 정리한다. 물집이 점점 더 커진다. 통증 때문에 걷는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탓인 것 같다. 다시 물집을 터뜨려 짜내고 주변을 사혈침으로 사혈했다.

 

알콜로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이것밖에는 달리 어쩔 방법이 없으니 속이 타지만 12시간쯤 쉬면 좀 나아지기를.

 

글·사진 /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 이사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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