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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의 촌스러운 이야기]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

 

지금은 북한강이 흐르는 가평군에 살고 있지만 ‘서울’은 내가 태어나 46년을 살았던 내 고향이다. 어릴 적 뛰놀던 골목에 대한 기억과 청춘의 낭만을 불사르던 거리, 혁명을 외쳤던 광장도 내 기억에는 온전히 남아있다. 그렇게 ‘서울’은 내게 낯익은 이름이다. 고향을 떠나 가평군에 온 지 11년이다. 그동안에 난 내 고향 ‘서울’에 대해서 아주 낯선 사실들을 알게 됐다. 가평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자연보전권역’이고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팔당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이다. 이로 인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한강 물이 오염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한강 물을 누가 먹는가. 도시 특히 서울특별시가 먹는다. 서울 시민의 안전한 식수를 위해 가평군에는 대규모 아파트, 공장, 사무용 빌딩은 물론 4년제 대학 등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그러니 지역에 민간 자본과 인적 역량이 축적이 안 되고 지역의 경쟁력은 떨어졌다. 이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경제적 지원을 마을에 했지만 그 지원금은 마을을 키우기보다는 마을에 분쟁의 씨앗을 던져주고, 공동체성을 오염시키는 흙탕물을 끌어 올리는 마중물이 되곤 했다.

 

난 서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아주 안전하게 어느 지역 누군가의 삶을 뭉개고 살아왔음을 알게 됐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낯선 서울의 모습이었다. 가평군은 수도권에 속해있지만, 전국에 지정된 89곳의 인구감소 지역 중 한 곳이다. 앞서 언급한 규제들은 가평군민들을 도시 특히 서울시로 떠나게 했다. 현재 소멸 위기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지역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최근 주간지 ‘시사IN’이 인구 이동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비수도권 중소도시의 20대 여성들은 인접 광역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서울로 전입하는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렇게 서울은 다른 지역의 출생률을 원천적으로 거세하는 역할을 하며 자신의 덩치를 키웠다. 그렇다면 서울의 출생률은 높은가. 놀랍게도 전국 꼴찌다. 전국 합계출산률 평균 0.78에 서울은 0.59다. 반면 최근 서울시 편입 논란이 있는 김포시는 0.93으로 전국적으로 봐도 높은 쪽에 속한다. 다른 인접 시는 어떤가. 하남시 0.89, 과천시 1.02, 안양시 0.9 등 모두 서울시는 물론 전국 평균보다 높다. 서울에서 돈은 벌어도 가정은 서울에 꾸리지 못한다.

 

한편 전국 시·군·구 모(母)의 평균 출산연령 상위 10위가 모두 서울시의 구(區)다. 그 1위는 강남구로 평균 35세다. 가장 생활비가 비싼 곳에서 경제적으로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출산을 늦춘 결과일 것이다. 결국 서울에 온 청년들은 치열한 경쟁 스트레스와 경제적 압박 속에서 서울에서 아이를 못 낳거나 늦게 낳고 있다. 이 역시 내게 낯설었던 서울의 모습이다. 전국의 사람 씨앗을 빨아들여 수태하지 못하게 만드는 특별한 불임의 땅이 바로 서울특별시다.

 

사람이 도시로 가면 사람만 가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따라 지역의 돈도 함께 간다. 농산어촌 소멸 위기의 진앙지는 바로 내 고향 서울이다. 북한강에서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을 생각하며 가수 정태춘은 이렇게 노래했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내 고향 서울이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는 특별한 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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