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밑 끝없이 펼쳐진 강진 다원. ‘태평양 다원’에서 운영하는 차밭으로 면적이 33.3ha에 이른다. 우리나라 3대 다원 중 하나로 꼽히며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눈이 쌓인 다원은 설산과 조화를 이루며 황홀한 풍경을 자아냈다.
월출산은 큰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산세가 뛰어나다. 산 주변의 사찰을 중심으로 차 나무가 많이 재배됐고, 과거 다산 정약용은 ‘월출산에서 나오는 차가 천하에서 두 번째로 좋은 차’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강진 다원 옆길엔 다산 정약용이 사랑한 백운동 원림이 있다. 조선중기 처사 이담로(聃老, 1627~1701)가 계곡 옆 바위에 ‘백운동(白雲洞)’이라 새기고 조성한 원림이다. 백운동은 ‘월출산에서 흘러 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이란 뜻을 갖고 있다.
정자, 취미선방(翠微禪房), 연못, 안채 등으로 이뤄진 백운동원림은 자연과 인공이 적절히 배합된 배치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의 세연정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꼽힌다.
다산 정약용은 1812년 이곳을 다녀간 뒤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백운동 원림의 12승경을 노래한 시문을 남겼다. 제1경은 옥판봉으로 월출산 봉우리의 장엄한 기세를 백운동 원림 정자에서 볼 수 있다.
정약용이 유배생활을 한 지 200여 년이 지난 강진엔 그의 실학사상을 기리고 기억하는 문화 공동체가 꾸려졌다. 마을 주민들은 직접 정약용의 삶을 공연으로 알리고 관광 자원을 활성화시켰다. 주민 주도형 마을 활성화 사업은 지역민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를 활성화시켰다.
대표적인 사업이 ‘푸소(FU-SO)’다. 전라도 사투리로 ‘덜어내다’를 뜻하는 이 프로그램은 농촌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길 바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농촌 민박에서 지내며 농촌 체험을 통해 농촌의 따뜻한 감성을 느끼며 정서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푸소’는 강진전역 96농가가 참여해 강진의 삶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다. 2015년부터 2023년 10월까지 5만 3804명이 참여했고 2023년엔 3억 9085만 원의 경제 효과를 얻었다. 2015년에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해 이제는 일반 관광객으로 참여 대상이 확대됐다.
‘푸소’ 체험으로 강진순례 청년교류단은 백운차실을 들러 다도 체험을 진행했다. 다산 정약용은 1818년 강진에서 유배를 마치고 남양주로 돌아갈 때 제자들과 해마다 차를 만들어 1년간 공부한 글과 함께 보내기로 약속한 ‘다신계’를 만든다.
다산의 제자 이시헌의 후손 이한영(1868~1956)은 이 다신계를 지켜 100년 이상 다산가에 차를 보냈다. 일제강점기 우리 차가 일본의 차로 둔갑하자 안타까운 마음에 백운동 옥판봉에서 딴 차라는 의미의 '백운옥판차'라는 고유 상표를 만들고 유통한다.
임채성 강진군문화관광재단 팀장은 “푸소의 핵심은 서로의 다름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생활 관광인 강진 일주일 살기를 좀 더 보편화시키고 특유의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관광객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