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3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자연형의 생활여행] 날씨와 여행

 

봄꽃이 필 정도로 포근한 날씨, 이례적으로 더운 겨울이 순식간에 살을 에는 것 같은 추위, 평년보다 강력한 한파로 바뀌었다.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받아 3일간 한랭하고 4일간 온화한 날씨가 된다는 삼한사온 현상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이 크다. 더구나 반팔을 꺼내입다가 내복을 껴입는 일주일 사이 기록적인 폭우까지 쏟아졌다. 사상 처음으로 호우특보와 대설특보가 동시에 발효되는 일도 일어났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락내리락해 적응하기 힘든 날. 경험과 예측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날씨다.

 

여행에서 날씨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예측 불가의 날씨는 심혈을 기울여 짠 코스를 단숨에 뒤엎어버린다. 고민 끝에 준비한 옷과 소품도 무용지물. 단순히 휴대용 우산을 꺼내지 않을 정도면 괜찮지만 선크림, 선글라스, 민소매의 원피스와 모자, 샌들은 꺼내지도 못하고 창문을 때리는 빗줄기와 회색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준비한 시간이 길고 기대가 컸던 여행일수록 실망도 커진다. 이 여행을 위해 들인 정성과 비용이 아까워 기분이 처지고 짜증만 늘어간다. 하지만 모든 계획과 준비와 꿈과 기대와 희망이 전부 무너진 순간, 반짝여야 할 여행지가 최악의 여행지로 기억될 위기 속에서도 시간만큼은 착실하게 흐른다.

 

찌푸리고 험한 날씨 속에서도 여행은 계속된다. 어차피 떠난 여행이니 실내관광지라도 찾아가는 사람, 안전하게 숙소에서 머무르며 푹 쉬는 사람, 번거롭더라도 비가 쏟아지거나 눈이 내리거나 바람이 몰아치는 그 순간을 가장 찬란하게 만끽할 장소를 찾아 새롭게 계획하고 떠나는 사람. 저마다 그 시간을 통과하는 방식도 다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숨만 쉬고 있더라도 이미 일상에서 떠나온 이상 그 시간조차 여행이다.

 

여행자에 따라 내리지 않을 비가 내리거나 여행지에 따라 맑은 날에 천둥번개가 내려치는 건 아니다. 아무리 날씨가 이상하더라도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이며,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현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대한 즐길지, 여행자의 불운과 기이한 세상을 탓하며 한숨만 내쉴지는 온전히 여행자의 몫이다.

 

여행에 정답은 없다. 가성비를 셈하든 가심비를 헤아리든 여행하는 사람이 그 시간을 통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얼마나 만족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결국 마음이 판단한다는 의미다. 반짝이는 햇살 속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림 같은 풍경 속을 걷는 시간만큼 쏟아지는 빗속에서 쫄딱 젖은 서로의 모습이 우스워 깔깔 웃는 시간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 있다. 계획을 벗어난 곳에서 만나는 우연한 즐거움은 더 깊게 기억된다. 예측 불가한 여행을 통해 힘을 빼고 즐기는 법을 익힐 수도 있다.

 

오늘의 여행,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

당신이 만들어 갈 여행은 어떠한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