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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사의 공감숲] 견리사의와 견리망의

  • 신훈
  • 등록 2023.12.26 06:00:00
  • 13면

 

계묘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곧 갑진년이다. 1980년대 즈음에 같은 부대에서 복무하던 선배로부터 신년 달력을 받았다. 우편물의 소인에선 따뜻한 냄새가 났다. 살다보면 호황이 있고 불황이 있지마는, 인생의 높고 낮은 파장 속에서도 변함없는 선배의 항심(恒心). 불현듯 받아둔 캘린더엔 “낭만과 멋스러움은 아직 살아 있단다”라는 문구가 씌어져 있는 듯 했다. 이 선물, 이익과는 무관한 정겨움이다. 안부를 전하는 아름다움, 애틋함이다.

 

교수신문은 올해를 돌아보는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 : 이익을 보고 옳음을 저버리는 것)’를 꼽았다.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정치인은 (국민을)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견리망의를 사자성어로 추천했다. 이익과 옳음. 어떤 것이 우선돼야 하는 가치일까. 공자는 “군자라면 이익을 보면, 먼저 옳음을 생각해야 한다(見利思義)”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선 견리사의보다 견리망의가 쉽게 살아가는 방편으로 읽혀진다. 이긴 자의 편을 들고, 권력자의 힘에 아부하고, 옳음보다 이익을 먼저 생각하면 여러 방면에서 하등 차질 없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편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건 소인의 길이다. 당장 먹고 살길 없는 필부와 크고 작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일 수 있다. 어찌 이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리사의를 위해 목숨 바칠 각오를 한 사람은 언제나 위대한 이웃이었다.

 

그런 점에서 언론매체에 보도된 류삼영 전 총경, 박정훈 대령, 봉지욱 기자 등은 대한민국의 보배 같은 의인들이다. 그들은 집단의 힘을 빌린 사람들이 아니라, 오롯이 바로 선 사람들이다. 혹자는 지금을 캄캄한 동굴의 시대로 비유한다. 그렇지 않다. 우리 옆에 의인들이 있기에 터널의 시대로 봐야 한다. 동굴은 출구가 없지만, 터널은 출구가 있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공정과 상식을 왜곡하는 지형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그게 세상 이치다.  

 

지난 19일,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이 공수처에 접수됐다. 권익위엔 신고서가 접수됐다. 현직 대통령 배우자의 뇌물 수수 의혹 보도는 알게 모르게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런데 더욱 ‘웃픈’ 건, 정권의 홍위병들이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북한 배후설” “정치 공작” “선물 보관창고에 보관 중” “함정 취재”라고 강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치졸한 변명이다.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주장했던, 그 이상의 후안무치다.  
 
국가경제와 미래비전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공직자와 그 배우자의 사익에 눈 먼 모습을 일방향적으로 호위해야만 하는 현실세계. 어찌 보면 계급주의 정치의 어두운 단면일 수 있다. 정치는 정치대로 혼돈 국면인 가운데, 우리 경제는 올 상반기 누적 무역적자가 전 세계 순위 208개국 기준으로 200위를 시현했다. 180계단 내려앉았다. 다가오는 2024년. 부끄러운 동굴에 갇힐 것인지, 해방의 터널로 나아갈 것인지는 지켜봐야겠다. 추락한 국격, 바닥에 뒹구는 대한민국의 위상 복구는 우리의 사회적 각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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