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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적 표현으로 펼쳐지는 기억 속 장면들…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

치매 앓는 ‘톰’이 기억 따라 과거 회상하는 이야기…마임과 피지컬 시어터로 비언어적 표현
연출 기욤 피지 “기억과 망각에 대한 연구가 탐구 과정의 기반, 알츠하이머 협회와 협업해 경험과 과학 연결”

 

‘망각의 단상들’이란 뜻의 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이 관객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시고 있다. 제목 그대로 조기 치매를 앓고 있는 주인공 ‘톰’이 기억의 편린을 따라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다. ‘기억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라는 주제로 느낌과 감정에 대해 얘기한다.

 

55세 생일을 맞은 ‘톰’은 무수히 많은 옷 들 사이에서 딸이 일러준 ‘자켓’을 찾는다. 잊혀져가는 딸의 당부 속에서 ‘톰’은 행거의 옷들을 하나씩 꺼내 교복 자켓을 입은 톰은 30여 년 전 찬란했던 학창시절로 되돌아간다.

 

학창시절 ‘톰’은 ‘이자벨라’와 ‘마이크’, ‘엠마’와 함께 아름다운 시간을 회상한다. 선생님을 피해 웃고 떠들던 자습 시간, 사랑하는 ‘이자벨라’와의 만남, 그녀를 태우고 전속력으로 달리던 자전거, 친구 '마이크'와의 장난 등은 그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자리한다.

 

행거 반대편 보라색 스카프를 꺼내든 ‘톰’은 ‘엄마’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책상에 앉혀 머리를 빗어주던 일, 대학 졸업식에서 축하하던 모습, 셔츠 위에 입혀준 따뜻한 니트까지 엄마와의 기억은 스카프의 향과 함께 되살아난다.

 

‘톰’의 기억들은 치매로 고통스러워하는 배우의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된다. 옷의 팔 한쪽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에서 치매로 인한 고통스런 모습을 연출하며 혼란스러운 기억에 자신의 머리를 치는 등의 설정에서 그가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영화를 보는 장면, 펍에서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장면, 교실 속 떠드는 장면에선 무대 뒤편의 키보드와 바이올린, 타악기 등을 연주하는 두 명의 연주자가 만들어낸 음향이 생생한 효과를 낸다. 루프스테이션을 이용해 쌓인 소리들은 복잡함을 표현하며 다른 기억으로 데려간다.

 

무대 위 네 명의 배우들은 빠른 속도로 무대를 질주하며 ‘톰’의 머릿속을 재현하는데, 선명하게 기억되는 부분은 느리게, 기억의 단편들이 흘러가는 부분은 빠르게 연기한다. ‘톰’ 앞에 놓인 수십 벌의 옷들이 하나씩 하늘로 던져지는 장면에선 톰의 기억을 ‘환희’로 치환시킨다.

 

‘톰’이 느낀 사랑, 우정, 기쁨의 감정은 ‘기억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에 대한 답으로 남는다. 극은 한 사람이 어떤 것을 기억하는 과정을 70분 동안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혼란한 기억들 끝에 온전한 기억에 도달한 ‘톰’은 편안해진다.

 

 

연출을 맡은 기욤 피지는 “작품 개발을 위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케이트 제프리 교수와 협업했고, 기억과 망각에 대한 연구가 탐구 과정의 기반이 되었다”며 “알츠하이머 협회와 함께 사람들을 인터뷰해 실제 경험을 과학과 연결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어떤 기억을 되살릴 때는 시각적으로 그 장면을 떠올리며 재구성한다”며 “눈에 잘 포착되는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이 유리한 선택이었고, 마임과 피지컬 시어터, 비언어극이 작품을 만드는 데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했다”고 창작 배경을 밝혔다.

 

기억과 망각, 영원히 남는 감정에 대한 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28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만날 수 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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