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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보기] 추억도 추억 나름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이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추억이 있다. 반면에 생각만 해도 수치스러워 기억 속에서 모조리 지우고 싶은 추억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혹자는 ‘추억도 추억 나름’이라고 하지 않았든가. 그중 하나가 추억은 항상 아름답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기를 원하는 징후(sign)가 있다. 그것이 곧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이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나쁜 기억은 빨리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은 증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수치스럽거나 가슴 아픈 기억은 모두 빼버리고 아름다운 추억만 간직하려 한다.

 

현실이 힘들고 고달플수록 과거로의 회귀본능을 보이며, 행복했던 지난날의 자기 모습을 되찾고 아픈 현실을 조금이라고 잊으려고 한다. 아름답고 평안한 행복을 현재보다는 과거의 추억 속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딱히 과거가 현재보다 더 나은 것이 없어도 의도적으로라도 지나간 삶은 아주 행복했다고 여긴다. 그것은 분명 착각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무드셀라 증후군과는 달리 순교자 증후군(Martyr Syndrome)은 과거의 기억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나쁜 감정만 떠올리는 징후를 말한다.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농업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80퍼센트가 넘고, 출산율이 높은 시절에 이 겨레의 슬픈 가난의 징표였던 ‘보릿고개’를 입에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경제 부국으로 성장한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국가이지만, 당시는 춥고 배고픈 게 일상이었다. 어린 시절 좁은 집에서 형제자매가 서로 부대끼며 세끼 끼니마저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다. 그러기에 특히 큰딸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회지 공장에 취직하여 동생들 공부 뒷바라지하느라 희생양이 되었다.

 

또한 이 나라 수출산업의 역군이자 동생들의 학력을 상승시킨 장본인이었지만 정녕 그들은 교육 혜택도 받지 못하고 혼기를 놓쳐 지금은 어디선가 독신으로 한 많은 인생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생은 누나의 순진무구한 희생으로 교육받고 직장도 얻고 결혼도 하여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외롭게 사는 누나를 돌봐줄 형편은 못 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한 누나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보릿고개 시절을 떠올리고 눈시울을 붉히며 지난날 여공 시절을 회상하곤 할 게다. 그때마다 수치스럽고 가슴 아픈 추억들을 주마등처럼 떠올리며, 자신의 서글픈 처지에 괴로워할 것이다. 이런 추억을 순교자 증후군이라고 하여도 무방할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 똑같은 지난 추억을 두고도 상반된 반응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세상에 태어나 잊지 못할 추억거리 몇 개쯤은 통상적으로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고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일수록 옛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과거 살기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들의 과거사를 꺼내놓는 것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의 어려운 악조건에서도 시련을 이겨내어 남 부럽지 않을 정도로 성공한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이왕이면 모든 구독자가 이제부터라도 무드셀라 증후군처럼 지난날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만 회상하고 간직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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