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월까지 소액 연체를 전액 상환한 차주의 연체기록을 삭제하는 이른바 '신용사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카드업계에서는 대출 잔액과 연체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신용사면을 통해 신용점수가 회복된 저신용자들이 유입돼 잠재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속 신용 회복 지원 시행' 행사를 열고 신용 회복 지원조치 대상 및 효과 등을 발표했다. 이번 신용사면은 2021년 9월 1일부터 지난 1월 31일까지 2000만 원 이하 빚을 갚지 못한 연체자 중 전액을 상환한 자가 주요 대상이다. 만약 아직 연체액을 갚지 않았더라도 오는 5월 31일까지 연체 금액을 전부 상환하면 연체 기록을 없앨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해당 기간 소액 연체를 한 개인은 298만 명으로, 이 중 264만 명(84%)이 지난달 말까지 연체액을 전액 상환했다. 소액연체 개인사업자 31만 명 중 연체액을 납부한 사람은 17만 5000명이다. 이들은 별도의 신청 없이 이날부터 신용이 회복된다.
신용점수가 오르면서 그동안 불가능했던 추가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나이스 평가정보에 따르면 신용사면을 받은 개인 264만 명의 신용점수는 평균 37점(659→696점) 올랐으며, 대상자 중 약 15만 명은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수 있고 26만 명은 신규 대출이 가능한 수준이 됐다. 개인사업자 중 7만 9000여 명은 제1금융권의 대출 대상자가 됐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신용사면을 받은 이들의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환능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용점수만 복구된 이들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 카드사들은 제도 시행 전 자체 테스트를 통해 건전성 하락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아직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패턴이 비슷하게 유지되면 또다시 연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카드사가 그로 인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카드사들의 대출 잔액과 연체액이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 중요성이 더욱 대두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1개월 이상 연체액은 2조 원을 돌파하며 2005년 카드대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 말 기준 NH농협카드를 포함한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도 39조 212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건전성 관리가 최대 주안점이 될 것 같다"며 "표면적으로는 신용점수가 완화되겠지만, (신용이) 복권된다고 해서 이들의 금융 신뢰도가 확 올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