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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은 언론의 뉴노멀인가

 

제22대 총선은 4월 10일 실시되었다. 제22대 국회는 5월 30일 임기를 시작했고, 6월 5일 개원했다. 제1당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170석, 범야권 의석수는 총 192석이다. 민주당은 운영위원장, 법사위원장, 과방위원장까지 11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했다.

 

민주당의 4선 정청래 의원은 제22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한 바로 ‘다음날’인 5월 31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국회에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내용은 동일하고, 제안이유도 거의 동일한데,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법원이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글의 첫 문장을 보면 그 글이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다. 제1야당이 개원도 하기 전에 발의한 법안을 보면 그 정당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알 수 있다.

 

나는 2021년에 논문을 한 편 쓰면서 민주당이 당시 발의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은 생각이 다소 바뀌어서 위헌이라고 할 수 있는지 자신은 없다. 그러나 해악이 많은 법이고 서둘러 통과시킬 법이 아니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누가 이 제도를 가장 열렬히 환영하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할지 상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로 들고나와도, 아니 훨씬 더 무시무시한 법을 들고나와도, 민주당을 말릴 사람이 없다. 국민이 민주당과 범야권을 선택했다. 국민이 민주당에 실망한 것보다 정권에 더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총선 기간 내내 ‘입틀막’ 심의를 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잠잠했다. 설령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가리키며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린다고 외치더라도 어느 국민이 국민의힘의 힘이 되어주고 싶을까.

 

징벌적 손해배상은 언론사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제도가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가급적 최소한으로 침해하는 방향으로 운용되도록, 이 제도가 헌법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하여튼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이미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의 배상책임까지 부담할 수 있다(동법 제15조 제1항). 그러나 이 법은 법원이 배상액 산정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의 정도’, ‘의무위반행위의 종류 및 내용’, ‘피해의 규모’, ‘의무위반행위로 인하여 가해자가 취득한 경제적 이익’ ‘의무위반행위의 기간ㆍ횟수’, ‘가해자의 재산상태’, ‘가해자의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노력의 정도’ 등의 요소를 고려하도록 정하고 있기도 하다(동법 제15조 제2항).

 

민주당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배상액 산정의 고려 요소들을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국회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배상액 산정의 고려 요소를 구체화할 수도 있다.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되더라도 법원이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상액 산정의 요소들을 판례로 구체화할 수 있다.   

 

언론사와 기자들은 언론중재법에 근거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의 상대방이 되더라도 1. 위법한 보도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는 점, 2. 보도로 인한 피해의 규모가 작다는 점, 3. 보도를 통해 언론이 취득한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 4. 위법한 보도가 빈번하지 않았다는 점, 5. 언론사의 재정상태가 어렵다는 점, 6. 피해구제와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주장하고 증명해서 배상액을 줄일 수 있다. 유능한 변호인들의 도움을 받아 위와 같은 요소들을 주장하고 증명하면서 법원과 피해자들을 설득해 나가다 보면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고되는 배상액의 규모는 합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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