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관련 인사 등에게 식사값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무산됐다.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김 씨 쪽과 피고인신문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검찰 간의 날 선 공방 끝에 재판부는 두 차례 휴정을 거쳐 김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15일 수원지법 형사 13부(박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김 씨의 피고인신문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대립했다.
김 씨 쪽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현재 김 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소환 통보를 받았다”며 “피고인 방어권 차원에서 검찰은 피고인신문에 대해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변론기일에 피고인이 신문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는데도 (검찰이) 질문하려는 것은 피고인의 신문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피고인 신문거부권은 헌법상의 요구며 피고인의 당연한 권리다"고 피력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은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도 진술을 거부하며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한 바 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검찰이 법정에서 피고인의 태도나 표정 등을 확인하는 것도 입증하는 데 중요하다"며 피고인 신문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두 차례 휴정 끝에 논의를 거쳐 피고인신문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정호 부장판사는 "검사가 신문할 권한이 있다는 법 조항보다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에 대한 효력이 상위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두 가지 이익이 충돌할 땐 진술거부권이 우위를 점하니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피고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후 박 부장판사는 김혜경 씨를 바라보고 "일체의 진술을 거부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고 김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검찰은 “두 조문 중 무엇이 앞선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를 허용할 경우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진술조사 거부를 막을 수 없고, 피의자가 어떤 주장을 하고 왜 부인하는지 등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의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의 이의 제기는 조서에 남겨 놓겠다. 이런 경우까지도 염두에 두고 법리를 검토해서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씨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1년 8월 2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관련 인사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변호사 등 6명의 식사비 10만 4000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 씨가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 배 모씨와 공모에 경기도 법인카드로 이들의 식사비용을 결제했다고 판단했지만 김 씨 측은 해당 혐의를 부인해왔다.
[ 경기신문 = 이보현 기자 ]